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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동산담보대출…6개 시중은행만 1兆


입력 2020.02.25 06:00 수정 2020.02.25 05:56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6개 은행, 지난해 말 동산담보대출 잔액 9059억원 기록

정부 드라이브에 1년 새 5685억원 불어…경쟁 과열 조짐

국내 6개 시중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 현황ⓒ데일리안 국내 6개 시중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 현황ⓒ데일리안

국내 6개 시중은행에서 공장의 기계 설비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금액이 지난해만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IBK기업은행)이 기계 설비와 재고 자산을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한 금액은 90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374억원) 대비 5685억원 증가한 금액으로 은행마다 실적이 급증한 상태다.


동산담보 대출이란 공장의 기계 설비, 판매하는 물품 재고자산을 중심으로 담보로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이다. 신용도가 부족하거나 땅이나 건물이 없는 중소기업 등이 자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게 출시됐다.


정부는 2018년 '동산금융 활성화 전략'을 마련한 뒤 은행권에 동산담보대출 확대를 적극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한 뒤 "은행 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하겠다"며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까지 나서며 대출 확대를 주문하자 지지부진하던 동산담보대출은 크게 불어난 상태다.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상태로 벌써부터 경쟁 과열 조짐이 나온다. 대출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기계 설비가 풍부한 우량 차주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시장이 한정적이라 은행마다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 시 담보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외에 사업의 타당성과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실행하고 있다"며 "재고 자산에 대해선 관리가 쉽지 않고 자칫하면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주로 제조업 등에 한정적으로 취급 중으로 대출을 크게 확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담보 종류별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기계자산 51.9%, 지적재산권(IP) 39.2%, 재고자산 7.5%로 집계된다. 기계 자산 등을 제외한 나머지 담보에 대해선 관리 방안이 쉽지 않아 대출 확대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재고 자산 담보 대출의 경우 경기에 민감한 소상공인 등이 대출을 원하는데, 관련 담보로 돈을 내줬다가 부실이 발생한 사례가 나타나 은행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 등의 물품을 담보로 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하던 개인 간 업체( P2P) 팝펀딩은 최근 관련 상품서 연체가 발생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업체는 홈쇼핑이나 오픈마켓 판매업체(벤더) 등 상공인을 대상으로 재고 자산 담보 대출을 실행해오던 곳이다. 겨울 의류 등을 자산으로 담보 대출을 내줬다가 상품 판매가 부진해 부실 사태가 빚어졌다. 팝펀딩의 연체율은 올해 초 16.91%에서 한 달여만인 지난 1월 15일 기준 48.09%로 3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이 업체와 제휴해 소상공인 금융 지원 강화에 나서려 했지만, 부실 우려에 관련 논의를 멈춘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물류 자산을 담보로 관리하기란 쉽지 않아 관련 대출 실행이 많은 (팝펀딩)업체와 제휴해 금융지원에 보폭을 넓히려던 상황"이라며 "P2P 업체를 이용하는 사업자의 경우 연 15%의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어려움이 있어 우대 금리 등을 적용해주는 상품을 기획하려 했지만, 현재로선 관련 의논도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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