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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복지정책은 성장 내리막길…기업경영환경 개선해야”


입력 2020.02.24 06:00 수정 2020.02.23 22:22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이탈리아, GDP 20% 현금성 복지로 사용

성장률 0%대, 실업률 OECD 평균 2배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및 경제관련지출 비중(왼쪽)·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DP 대비 현금성 사회복지지출 비중 비교 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및 경제관련지출 비중(왼쪽)·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DP 대비 현금성 사회복지지출 비중 비교 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2018년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를 돌파한 한국이 다음 단계로 진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금성 복지정책보다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금성 복지지출이 많아 2005년 3만달러 클럽에 진입하고도 여전히 4만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동반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08년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25.1%를 차지한 사회복지지출은 2017년 28.1%로 증가했고 인프라 투자·산업 및 기업 지원 등과 같은 경제·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지출은 2008년 4%에서 2017년 3.6%로 감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우리나라와 인구 및 경제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0~1%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은 이탈리아 정부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복지지출 비중을 확대해왔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현금성 복지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OECD 국가 중 현금성 복지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로, 2015년 기준 GDP의 20.2%가 국민에게 현금으로 지급됐다.


이탈리아의 사회복지지출의 대부분은 연금으로 사용된다. 전경련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연금수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몇 년간 경제유발효과가 적은 현금성 복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확장재정을 위해 지난해 재정적자 목표를 0.8%에서 2.4%까지 상향 검토한다고 밝혀 재정긴축을 요구하는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지난해 9월 새롭게 출범한 연정정부도 올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에 따라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국가 부채비율이 그리스에 이어 2위에 이르는 등 재정건정성이 악화됐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 부채는 2008년 106.1%에서 2018년 134.8%로 급증해, 한 해 이자로 약 84조원을 지불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정부부채 증가 심화를 전망하며 이탈리아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기존 0.7%에서 유럽 최저치인 0.4%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이 같은 정부의 재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경제체질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표)는 2008년 0.317에서 2016년 0.328로 높아졌다. 실업률은 2008년 OECD 평균(5.9%)과 비슷한 6.7%를 기록했으나, 2018년 10.6%를 기록해 OECD 평균(5.3%)의 2배로 상승했다.


이밖에 청년실업률은 2018년 기준 OECD에서 4번째로 높은 수치인 32.2%를 기록했으며, 출산율은 2008년 1.42명에서 2017년 1.32명으로 감소했다. 이탈리아의 1인당 GNI는 2008년 3만7910달러에서 지속 감소해 현재 3만달러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경련은 그동안 이탈리아 정부가 복지 지출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992년, 1995년, 1997년, 2004년, 2007년 등 수시로 연금개혁과 긴축재정을 추진했지만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발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전경련은 현금 복지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혜택 축소를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했다.


전경련은 정부의 현금성 복지정책이 저성장을 기록하는 이탈리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며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이탈리아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저성장‧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높은 청년실업률 등으로 연금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잇따른 현금성 복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점이 이탈리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복지는 확대하기는 쉽지만 나중에 줄이기 매우 어렵다”며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2018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이 이탈리아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보다 건실한 재정운영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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