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철강도 스·팩] "포스코 AI용광로 덕에 가장 좋은 쇳물 나옵니다"


입력 2020.02.24 06:00 수정 2020.02.23 22:22        포항 =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이선국 제선부 과장 인터뷰 "알파고 쇼크 이후 스마트 고로 현실화"

50년 포스코 노하우와 AI 기술 시너지…산학연 협업으로 가능해져

이선국 제선부 과장ⓒ포스코 이선국 제선부 과장ⓒ포스코

용광로(고로)가 알아서 쇳물을 만든다? 포스코의 '스마트 고로' 성공에도 아직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은 있다. 전문 조업자 없이 자동으로 고로 제어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다. 비용 부담으로 아예 시도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포스코는 이 모든 문제들을 뛰어넘어 실제 구현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례가 됐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 이후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알파고 쇼크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던 시기였죠. 당시 제선부장이던 이희근 선강부소장을 필두로 제선 엔지니어와 기술연구원, 카이스트 최재식 교수 등 학계가 스마트 용광로 개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10년간 제선부에 몸담았던 이선국 제선부 과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후 발족된 스마트 고로기술 개발 TF는 현장에서 스마트 기술이 적용될 때까지 연구에 몰두했다.


고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 관리다. "1500도에서 흐르는 쇳물이 1300도로 떨어지면 고로 안에서 쇳물을 밖으로 빼낼 수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화산 폭발할 때의 마그마 보다 점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제강부에서 용강을 만들 때도 쇳물 온도가 너무 낮으면 재가열을 해야 합니다. 그만큼 온도 관리가 중요하죠."


노에 열을 가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그만큼 써야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비용적으로도 낭비다. 과거엔 조업자의 감이나 경험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스마트 기술이 있기 때문에 시간과 온도의 편차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2고였을까? "2고로는 2015년 당시 개수 작업이 완료된 새 설비였습니다. 너무 작아도 안되고 적당한 크기의 최신 설비로서 적당했던 셈이죠. 우리도 초반에는 확신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2고로 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과장의 말처럼 초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떤 데이터는 초 단위, 다른 것은 시간에 한 번 정도로 측정하고 있어 데이터간 레벨이 맞지 않았다. 이를 표준화하기 위한 빅데이터화 작업이 필요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2년이 걸린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작업이 끝난 뒤 이번엔 이들 데이터를 AI에 접목시키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tion) 과정이 이어졌다. 1년 반이 지난 2019년이 되자 드디어 스마트 고로가 완성됐다.


고로 출선 장면ⓒ포스코 고로 출선 장면ⓒ포스코

"철(Fe) 성분이 높은 좋은 철광석은 대부분 고갈되고 현재는 저품위 철광석이 주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도 고로에 쓰이는 광석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품위 철광석을 가지고 얼마나 좋은 쇳물을 뽑아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스마트 고로가 최적의 쇳물이 나올수있도록 알고리즘을 구현해냄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해결됐다는 설명이다.


AI가 일하게 되면서 기존 작업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작업자들은 고도화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이 과장은 말했다. "스마트 센싱 데이터, 계측기들이 발전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활용해 고로 조업의 효율화와 안정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업무입니다." 스마트 고로와 작업자 모두 각자 딥러닝할 수 있는 윈윈 구조가 열린 셈이다.


스마트 고로의 성공은 지속될 수 있을까. 포스코 단독 사업으로 출발 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학계, 연구소가 한팀으로 뭉쳤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력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철강 공정에 스마트 자동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 유수의 철강사에서도 난색을 표하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벤처·중소기업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및 영상처리기술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학·연구소와에서는 최적의 AI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포스코 스마트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는 스마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사와의 접근 방식부터가 달라 앞으로도 포스코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선두를 달릴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이런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이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포스코를 국내 최초 등대공장으로 지정한 사유이며 포스코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성과를 인정 받았지만 포스코의 갈 길은 멀다. 그 심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제선부 역시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고의 철강 엔지니어를 꿈꾸는 미래 후배들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 과장은 주문했다.


"스마트 고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해야 할 여지가 많고 그만큼 기술개발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미래 엔지니어들은 스마트 기술과 관련해 개인의 능력을 배양하고 기술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