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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야당의 ‘반문재인’ 프레임 띄워주는 이유


입력 2020.02.21 05:20 수정 2020.02.20 22:4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최재성, 文 측근 대동해 탄핵 위기감 조성

고민정 “극심한 혼란 막아야” 지지호소

조국 대신 대통령으로 전선 이동 시도

전문가들 “탄핵론, 야당에 도움 안 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재성 의원(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좌)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재성 의원(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좌)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탄핵추진” 발언을 놓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미래통합당의 탄핵기도가 단순 레토릭 수준이 아닌 “구체적 단계에 와 있다”고도 했다. 위기감 조성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조국수호’ 프레임이 아닌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이번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 원내대표가 탄핵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총선을 그 발판으로 삼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면서 “과거에 찾아보기 힘든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지난 13일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추진은 국정농단 세력의 쿠데타”라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특별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대동하기도 했다. 고 전 대변인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문 대통령을 선거사범 취급하고, 곽상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한다”며 “이들의 탄핵기도는 이미 구체적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추진은 국정중단으로 극심한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해찬 대표는 “미래통합당 창당 후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말이 대통령 고발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라고 했으며, 같은 자리에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 고발은 검찰에 나라를 뒤흔들 칼자루를 쥐어주겠다는 음모적 기획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격하게 반응해 심 원내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을 오히려 띄워주고 있는 셈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을 ‘정권심판 대 야권심판’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봤다. 미래통합당의 한 전략통은 이렇게 분석했다.


“중도층은 나라가 혼란하고 시끄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다고 하면, 오히려 반감을 품기 쉽다. 더구나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0~50% 사이로 아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조국’은 얘기가 다르다. 조국 대 반조국 전선이 세워지면 중도층 이반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조국을 덮고 대통령과 야권심판론을 내세우려는 것 같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해 9월 19일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관련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5.5%로 나타난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5.3%였다. 20~30대,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부정평가가 높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반면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3.8%였다. 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 지지층의 경우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중도층에서는 별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미국의 트럼프나 우리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탄핵 프레임은 선거에 있어 결코 야당에 유리한 게 아니다”며 “중도층을 잡을 수 없고 오히려 여당 지지자들만 결집시킬 뿐이다. 탄핵을 계속 얘기하는 것은 조국대전에서 빠져나가려는 민주당이 쳐 놓은 함정에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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