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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 놓고 고심빠진 한진칼...관건은 주주표심 향배

  • [데일리안] 입력 2020.02.18 06:00
  • 수정 2020.02.17 21:07
  •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온라인 의결권 행사로 주주 참여도 향상으로 높은 호응 예상

도입시 경영권 상실 리스크...향후 유지도 부담으로 작용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어느때보다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내달 말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직접 주총 행사장에 참석할 필요없이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할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한진그룹이 지난 2010년 도입된 이 제도의 도입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진칼 주총에서는 그룹 총수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앞두고 조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의 경영체제에 반기를 든 상태다. 현재 3자 연합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31.98%로 조 회장측 우호지분(33.45%)과 불과 1.47%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 3자 연합이 지분 1.5%를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측의 지분 차이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어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주주들이 양 진영으로 포진한 상태로 결국 남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올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주총 참석률이 지난해(77.18%)보다 약 10% 가량 높아질 것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약 10% 가량의 추가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한진측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두고 고민하는 것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이미 한진칼 주총에 관심이 높아져 전자투표제 도입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주총 참석률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높아지는 주총 참석률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데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러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은 양측 모두 너무 분명한 장단점을 갖고 있어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일반주주 입장에서 보면 조 회장 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내세웠지만 조 회장 체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조 전 부사장측은 전문경영인 제도를 내세웠다는 점은 신선하지만 그 뒤에는 행동주의 펀드 세력과 현재의 위기를 초래하고 부정적 이미지와 여론이 형성되는 데 한 몫한 인물이 있다는 점에서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조 회장측이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전자투표 도입에 따른 참석률 향상이 불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최근 경영권 다툼을 겪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가를 감안하면 소액주주 표심이 반대측에 쏠릴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결국 전자투표 도입 여부가 표심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입 결정이 쉽지 만은 않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 자칫 경영권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조 회장 반대측 지분이 만만치 않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전자투표 도입 이후 유지에 대한 부담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KCGI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경우,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지면서 표심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진그룹 측은 한진칼의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했던 터라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주총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내로 주총 안건을 확정하기 위해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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