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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닥친 코로나...반복된 악순환에 지갑 닫은 소비자들


입력 2020.02.16 06:00 수정 2020.02.16 07:27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이달에만 대형 유통업체 1000억 이상 손실, 자영업자 98% 매출 줄어

시장 전체가 코로나 공포심에 매몰…“과도한 불안 지양해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너머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너머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백화점과 마트에서의 매출액 변화도 보면 감소하는 속도가 메르스 때보다 빠르다. 메르스 때 38명의 희생자가 나타났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불안감과 공포감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이동을 하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후 20일 정도 지났을 때 관광객 증가율이 1.9%로 크게 낮아졌었는데,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2.8%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며 "백화점, 마트 매출액도 메르스 때보다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바이러스 근원지인 중국에서 공장이 문을 닫고, 이동제한으로 물류 시스템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재료 등을 수입해 생산하는 국내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외식, 관광, 쇼핑 등 유통업계는 계속된 인건비 인상에 감염을 우려해 집밖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월 첫 주말 매출이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해 11% 감소했고 명동 본점은 30%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12.6% 줄었으며 명동 본점은 23.5%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전체 매출은 8.5%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던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등이 방역을 위해 임시휴업에 나서면서 이달 들어 10일 동안에만 1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음식점 등 자영업자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97.9%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이중 44%는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유통업계가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집 밖을 나서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온라인 매출은 나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초기 20일 간 온라인 매출은 4.5% 증가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기간 동안 약 19%가 늘었다.


5년 전과 비교해 온라인 매출 비중이 확대된 점을 감안해도 메르스에 비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사스, 메르스 사태와 달리 마스크 대란이 장기화되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가격이 3~4배 오르면서 사재기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일부 세력과 중국 수출을 위한 일부 바이어들의 싹쓸이 행태가 지속되는 탓이다.


이에 지난 12일부터는 처음으로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에 대한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오후 이마트 월계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카트 소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마트 지난 3일 오후 이마트 월계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카트 소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마트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실제 경제 통계 수치에 반영되면서 일부 경제분석기관에서는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1%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 포비아에서 시작된 불안감이 실제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업계에서는 시장 자체가 공포심에 묻혀버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안이, 더 큰 불안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중국 상품 불매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중국 직구 구매를 고민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국산 재료가 사용되는 마라탕이나 훠궈 심지어는 중국 배달음식까지 꺼려진다는 글도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공포심이 경기침체를 더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당국과 의료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건이나 음식을 통해서는 전염 가능성이 낮다. 대통령과 국무 등 정부에서도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감염 피해를 막기 위해 방역이나 개인위생 등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도한 불안이 계속되면 실제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보다 불안감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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