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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탄’ 뛰고 싶다는 정현, 처음도 아닌데...


입력 2020.02.15 07:00 수정 2020.02.14 22:0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대한테니스협회 후원사 규정에 묶여 데이비스컵 대표팀 제외

6개월 전 같은 문제로 대립하고도 또 같은 결과 받아

정현의 불참이 부상이나 부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 뉴시스 정현의 불참이 부상이나 부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 뉴시스

6개월 전 대립 구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대한테니스협회(이하 KTA)는 지난 12일 ‘2020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데이비스컵) 예선’ 이탈리아 원정경기(3월6~7일)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권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은 ‘테니스 월드컵’으로 불린다. 그만큼 상대팀 수준도 높다. 상대할 이탈리아는 랭킹 11위의 강팀이다.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도 넘기 어려운 상대인데 한국 선수로는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찍은 정현(24·한국체대·139위)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2020 도쿄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투어에서 랭킹을 관리해야 하는 권순우의 불참(제외)과는 성격이 다르다. KTA와 후원사 규정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정된 제외다.


정현의 불참이 부상이나 부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정현은 부상에서 회복됐고, 출전 의지도 있지만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할 경우, KTA 후원사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에 막혔다. KTA는 아디다스 후원을, 정현은 나이키와 라코스테에서 신발과 의류를 후원받는다.


정현 측은 다른 국가들처럼 옷과 신발은 선수 개인이 준비하고 색깔만 통일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개인 후원사 결정을 존중해주길 바라며 양해를 구했지만 KTA는 후원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협회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KTA는 “후원사 상표를 가리고 출전하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현 측은 발 부상으로 인해 특수 제작(물집 예방)한 신발을 제공하는 나이키 상표를 가리고 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태극마크의 꿈을 밝혔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현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태극마크의 꿈을 밝혔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현은 이번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랭킹을 떠나 요건 미달로 2020 도쿄올림픽 출전도 어렵게 됐다. 태극마크를 바랐던 정현과 테니스 붐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를 국내에서의 갈등으로 날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9월에도 같은 문제로 대립하다 정현은 데이비스컵 예선에 불참했다. 같은 대립을 겪었지만 이번에도 조정 능력 부재 속에 같은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KTA를 향해 ‘존재의 이유’를 물으며 날카로운 비판이 일어나고 있고, 한쪽에서는 정현을 향해 “현재 랭킹상 도쿄올림픽 출전이 어려운데 후원사 로고까지 가리며 데이비스컵에 나갈 의지가 있겠냐”는 따가운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 테니스 중흥 기회에서 진전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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