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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예스 화력, 존스의 ‘마의 거리’ 뚫을까


입력 2020.02.09 09:19 수정 2020.02.09 10:54        김종수 객원기자 ()

‘파괴자’ 도미닉 레예스. ⓒ 뉴시스 ‘파괴자’ 도미닉 레예스. ⓒ 뉴시스

‘무패 파이터’ 도미닉 레예스(30·미국)가 U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노린다.


‘랭킹 4위’ 레예스는 9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펼쳐지는 ‘UFC 247’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존 존스(32·미국)와 격돌한다.


이번 매치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패 도전자와 막강 챔피언의 대결은 다른 체급이었다면 큰 화제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라이트헤비급은 다르다. 챔피언 존스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상대의 전적과 파이팅 스타일에 관계없이 대부분 일방적으로 이겨왔다.


‘혹시 이번에는’ 하는 기대는 ‘역시 이번에도’로 바뀌기 수차례다. 그만큼 존스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강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타이틀전은 구색 맞추기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와 붙어도 승자는 어차피 존스’라는 공식이 굳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완전한 것은 없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같은 인간이다. 조르주 생 피에르를 뜻밖의 한 방으로 침몰시킨 맷 세라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대형 사고는 예상치 못할 때 일어난다. 다소 뻔해진 존스 경기임에도 팬들이 새로운 도전자를 기대하는 이유다.


존스, K-1 슐트 이상의 장악력 과시


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K-1무대서 ‘격투 로봇’으로 불렸던 세미 슐트가 떠오른다. 그와 상대하는 선수들에게 슐트의 원거리는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212cm의 신장에 킥까지 제대로 장착했던 슐트는 자신에게 유리한 원거리를 유지한 채 경기 내내 프런트킥, 로우킥 등을 부지런히 차며 주도권을 잡았다.


답을 찾지 못하는 상대가 위험을 감수하고 달려드는 순간, 슐트는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특유의 벽돌잽을 날린다. 비록 잽이라고는 하지만 달려가는 속도에 더해 카운터 성격으로 내리꽂히듯 들어오는 공격이라 대부분 상대는 얻어맞으면 실신하거나 큰 충격을 받는다.


UFC에서는 존스가 바로 그런 존재다. 큰 키에 긴 리치 등 좋은 사이즈를 바탕으로 영리하고 부지런하게 경기를 풀어나간다. 오블리킥, 사이드킥, 미들킥, 프런트 킥 등 다양한 발차기를 통해 타이밍과 흐름을 갉아먹는다. 상대가 들어오면 팔꿈치, 니킥 카운터 등으로 받아친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장기인 레슬링을 십분 살려 클린치싸움 혹은 테이크다운 후 그래플링 게임으로 끌고 간다. 원거리가 고통스러웠던 상대에게 다시금 근거리 지옥을 선사한다. 지금껏 존스가 답이 없는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이유다.


존스가 더욱 무서운 점은 그의 사전에 방심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온갖 사고를 치며 조절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지만, 파이터로서의 그는 치밀하기 그지없다. 상대의 반격에 흥분해서 치고받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도 들고 나온 플랜이 흔들리지 않는다.


슐트 같은 경우 아주 가끔 발목을 잡히기는 했다. 기량도 좋지만 워낙 사이즈의 덕을 많이 본 케이스라 본인이 자랑하는 원거리가 깨졌을 때 당황한 기색도 종종 드러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다 하리에게 쇼타임 무대서 넉아웃 당했던 경기다. 장신에 스피드도 좋았던 하리는 전광석화 같이 슐트에게 파고들어 미처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강한 공격을 적중시키며 경기를 가져갔다.


대등한 사이즈를 자랑했던 최홍만(218cm)은 테크닉에서는 슐트에 미치지 못했으나 맷집, 파워 등을 앞세워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 외 선수 생활 말년의 피터 아츠는 슐트에게 집요하게 파고들어 클린치 싸움을 펼치는 전략으로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다.


존스는 K-1시절 슐트 보다도 더 무너뜨리기 힘든 챔피언이다. 그나마 슐트에게는 ‘어떤 식으로든지 파고들 수 있다면…’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레슬링을 갖춘 존스에게는 이마저도 어렵다. 자칫 잘못 가까워지면 더더욱 호되게 당한다.


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K-1무대서‘격투 로봇’으로 불렸던 세미 슐트가 떠오른다. ⓒ 뉴시스 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K-1무대서‘격투 로봇’으로 불렸던 세미 슐트가 떠오른다. ⓒ 뉴시스

답 없는 존스, 레예스의 감각적 타격 기대


대부분 상대는 존스의 근거리 관문에 도달하지도 못한다. 존스의 까다롭고 지독한 거리싸움을 뚫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료토 마치다,스티븐 톰슨 등 원거리 싸움을 잘했던 대부분 파이터들은 수비 시 움직임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텝 자체도 좋았지만 일단 상대 이상으로 많이 움직여야만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수 있다.


존스는 다르다. 다른 원거리 마스터와 달리 그래플링 싸움에 자신이 있는 부분도 크지만 특유의 여유 있는 플레이를 통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끊어 내거나 잡아먹는다. 이는 경기 후반 체력적 우세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존스는 사이즈의 이점을 살려 잽과 킥 등으로 원거리에서 공격을 찔러 넣다가 상대가 짧은 타격거리를 만회하고자 파고들려하면 자연스럽게 이마 쪽으로 긴팔을 쭉 뻗는다. 견제의 의미가 있는 동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상대는 파고드는 움직임이 반 박자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활용해 존스는 거리를 다시 벌릴 수 있고 반격까지 펼칠 여유를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써밍(눈 찌르기)'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손가락을 펼친 채 이마 쪽으로 손이 뻗어져오면 상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존스라 현 체급에서 그와 거리 싸움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설픈 수 싸움보다는 패기 있게 달려들어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유형이 그나마 가능성이 더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경기를 가질 도전자 레예스 역시 바로 그런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레예스는 12승 중 판정승이 3번 밖에 없고 1라운드 승리가 9번이나 될 정도로 화끈한 공격성향을 자랑한다. 한 방의 위력도 묵직한 편이지만 상대의 빈틈을 공략한 뒤 후속타를 몰아쳐 마무리하는 결정력이 매우 좋다.


스트레이트, 어퍼컷 등 다양한 펀치 공격이 주특기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이킥을 작렬하는 등 다양한 타격 옵션을 자랑한다. 앞손으로 견제하다가 허점을 발견한 순간 벼락같이 들어가는 빠른 뒷손 카운터가 주무기다. 기회다 싶은 순간 연타를 워낙 잘 꽂아 넣는지라 팬들 사이에서는 ‘자석 타격’으로 불리기도 한다.


레예스의 폭풍 같은 화력이 거리싸움의 대가 존스를 상대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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