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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외화 장사 성적표 이럴수가…글로벌 경영 '민낯'


입력 2020.02.06 06:00 수정 2020.02.06 04:4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외화 이자 수익률 0%대에서 '허우적'…원화 대비 절반 그쳐

국내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해외 사업 기초체력 부실 우려

국내 4대 은행 외화 순이자마진(NIM)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외화 순이자마진(NIM)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외화를 굴려 얻고 있는 이자 수익률이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이자 마진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해외 시장에서 비싸게 돈을 빌린 풍선효과로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을 외치고 있는 대형 은행들이 그에 걸 맞는 내실부터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이 외화 운용에서 기록한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0.91%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0.86%)보다는 0.05%포인트 올랐지만, 0%대 탈출엔 실패한 모습이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작을수록 예대 마진이 적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은행들의 외화 이자 마진은 원화를 통한 수익률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에 불과한 성적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원화 NIM은 1.63%로 외화 대비 0.72%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1.68%) 대비 0.05%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격차를 좁히기엔 차이가 상당했다.


은행별로 보면 외화 이자 실적이 가장 부진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의 외화 NIM은 0.49%에서 0.56%로 0.07%포인트 상승했지만, 4대 은행들 중에서는 아직 최저였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은행의 외화 NIM이 0.99%로 낮은 편이었다. 1년 전(0.97%)보다는 다소(0.02%포인트) 나아졌지만 1%대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나머지 은행들의 외화 NIM도 1%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신한은행은 0.95%에서 1.01%로, 하나은행은 1.00%에서 1.09%로 각각 0.06%포인트와 0.09%포인트씩 외화 NIM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이자 마진이 원화만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외화를 확보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원화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해서다. 즉, 은행들이 돈을 가져오고 굴리는데 있어 원화보다 외화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예적금과 차입금, 회사채 등으로 외화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급한 평균 금리는 1.90%로 원화(1.59%)에 비해 0.31%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를 다시 고객들에게 대출로 내주거나 투자에 활용해 올린 이자율은 외화가 2.97%로 오히려 원화(3.01%)보다 낮았다.


이 같은 은행들의 자금 구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 돈은 외화임에도, 도리어 고객에게 돈을 빌려 줄 때는 원화에 더 비싼 값을 매기고 있다는 의미여서이다. 사실상 은행들의 외화 원가 부담을 국내 고객들이 나눠지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들의 외화 조달 능력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등 국내 금융시장이 사실상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은행들이 저마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외화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은행 해외 사업의 기초체력일 수밖에 없다.


은행들의 글로벌 사업 확장은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들의 초국적화지수(TNI)는 2014년 말 6.6%에서 2017년 말 9.1%까지 연 평균 1%포인트 가량씩 상승하다가, 지난해 상반기 말 단숨에 11.0%까지 오르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TNI는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가늠해보기 위해 유엔 무역개발협의회가 개발한 지표로, 은행은 전체 자산·수익·인원 중 해외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을 토대로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금 운용에 있어 자국 통화의 효율이 높은 것은 통상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격차가 큰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외화 활용 여력을 개선해야 글로벌 금융권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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