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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겁낼 사람 많겠네요


입력 2020.02.03 09:00 수정 2020.02.04 15:38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 자신은 정치할 생각 없다지만

문재인정권 임기후가 무사하려면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등판과 동시에 2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현상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32.2%로 선두를 달렸고 윤 총장이 10.8%로 뒤를 이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1%에 그쳤다. 일견컨대 이 전 총리 독주를 막기에 황 대표는 역부족이라는 자유우파 국민들이 윤 총장에게 기대를 거는 양상이다. 이 전 총리 지지기반은 탄탄한데 비해 황 대표의 그것은 푸석하다는 인상을 주는 조사 결과라고 하겠다.


황 대표로서는 이 궁지를 어떻게 벗어날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결정적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허약한 예비주자’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릴 수 있다. 물론 여론 조사 지지율은 등락을 거듭한다. 언제든 역전될 수 있는 것이고, 또 아직은 2년 후 상황을 예상하기가 이른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뇌리 속에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잊히는 쪽으로 밀려날 소지가 없지 않다.


자신은 정치할 생각 없다지만


역시 눈길이 가는 쪽은 윤 총장의 점핑이다.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민심이 기대를 드러내 보였다. 첫 등판에 이처럼 놀라운 지지세를 보인 예가 달리 있었을까 할 정도로 높다. 보수 측이 내세울 만한 대선 주자감이 마땅치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 자유우파 국민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경고로 읽히기도 한다. 윤 총장 같은 사람이 야권의 주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와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 같기도 하다.


윤 총장 자신은 아마 당혹스러울 것이다. 자신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법하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으로서는 의외의 한방을 먹은 셈이다. ‘세계일보’가 재미삼아 시도했는지, 정색을 하고 알아보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가 적지 않은 시도였음에는 틀림없다.


윤 총장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부정 양 갈래로 나뉜다. 우선 부정적인 측면은 윤 총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공격 거리를 만들어 줬다는 사실이다. 정권측이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봐라,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저런 배경이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공격이 계속되면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에 정권 측의 윤 총장 공격에 대한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민들의 윤 총장에 대한 기대치가 단번에 제1야당 대표를 넘어섰다고 하는 사실 그 자체로 윤 총장 몰아세우기는 주춤해지지 않을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흥미롭다.

“풉, 이 분, 출마한다고 하면 바로 1위가 될 겁니다. 근데 정치할 분 아니죠. 그러니 이분, 자꾸 정치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마세요, 추미애 장관님. 행여 이 분이 대통령이 되시면 너희들 다 죽음입니다.”


정권 담당자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겠지만 마음이 편하기야 하겠는가. 만약 “그래,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가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히고 나선다면 바로 1위에 오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만만하게 대할 상대가 아니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나 추 법무장관이나, 윤 총장을 비난하고 몰아세우기만 하는 게 능사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가 보도된 31일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 장관으로부터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를 보고받고 했다는 말이다.


문재인정권 임기후가 무사하려면


윤 총장이 들으라고 더 강조했을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스스로 고쳐내지 못한’ 게 어떤 것인지를 왜 밝히지 않을까? 박근혜 정권 무너뜨리고 감옥에 보낸 그 일 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윤 총장이 들어선 이후의 행태가 마뜩찮다는 것인지를 말해줘야 뭘 고치라는 것인지 알 게 아닌가.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 대통령의 절친 등을 무더기로 기소한 데 대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면, 그래서 공수처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대통령의 상황 난독증이다. 윤 총장을 비난하고 검찰을 무력화시키면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으리라 여기는 걸까?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는 논리는 이해가 된다.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이상한 조직의 신설을 정당화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경찰의 비대화라는 역기능이 예상됨에도 우선 수사권조정부터 법제화한 까닭은 또 뭔가.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게 곧 국민 인권의 강화라는 논리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권력을 더 강화하고 싶다. 그러자면 산하 정부기관에 대한 장악력 견인력 지휘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도는 아닌가? 검찰 권한 축소,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다 그에 부응하는 조치로 기획된 것처럼 보인다. 경찰 조직의 전면적 개편도 약속은 하고 있지만 경찰이 대통령에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에는 서두를 것 같지 않다.


어쨌든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정권 실세라는 사람들, 그 주변의 유력자로 자처하는 사람들 모두 분명히 기억해둘 것이 있다. 권력의 칼자루를 쥔 손은 머지않아 바뀐다. 문 대통령은 임기 후에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러자면 언제나 자신이 앉은 자리를 깨끗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잊히고 싶어도 잊히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윤 총장 자신은 정치에 뜻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여론조사 대상에도 올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는 윤 총장의 의지와는 별개다. 인기가 높아지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여론조사회사나 언론사의 조사 자체를 막을 방법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나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가 유력한 차기 주자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인물이 그 사람뿐인 것은 아니다. 윤 총장의 예에서 보듯 대항마가 부상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정부 여당,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할 까닭을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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