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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주장" "인종혐오"라더니...뒤늦게 '부분 입국금지'


입력 2020.02.03 04:00 수정 2020.02.02 23:0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정세균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우리나라 못 들어온다"

근거로 삼은 'WHO권고' 스스로 어기고 '어정쩡 대응'

文대통령 주재 간담회…전문가 "유입환자 줄여야"지적

지난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부착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포스터 옆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부착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포스터 옆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3차 감염'까지 발생하고, 하루 2~3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방역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중국 눈치를 보다가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미국·호주·싱가포르 등이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에 비해 인접국인 우리정부의 대응수위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대응수위 뜯어보니 여전히 미온적
미국은 '中방문 모든 외국인 금지'


이날 발표한 정부의 대책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느슨한 수준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밝힌 내용은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금지 ▲후베이성을 방문한 우리 국민의 경우, 입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 일시적 중단 등이다.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의 경우, 중국 주변국 대부분이 일찌감치 시행한 최소 수준의 대응책이다. 미국의 경우 2일부터 중국을 다녀온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고, 호주도 1일 중국에서 출발한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1일부터 최근 14일간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과 경유를 금지했다.


베트남은 1일부터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노선의 모든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하고, 최근 2주 사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


결국 세계 각국이 중국을 향해 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부분적 입국금지'를 시행한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전 세계에서 (입국금지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지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를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중국눈치' WHO의 권고 금과옥조 삼더니
전문가 의견 수용하는 방식으로 조치실행


그동안 정부는 "중국과의 여행·교역 제한을 반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근거로 내세워 입국금지 여론을 잠재우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국민적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스스로 WHO의 권고와 어긋난 조치를 시행하게 된 셈이다.


애초에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친중(親中)집단'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지만, 우리 정부는 기구의 권고사항을 금과옥조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여권은 국민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정쟁의 관점으로 바라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입국금지' 시행을 촉구하자 "질병확산을 근거로 인종주의적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홍익표 대변인)"고 주장했다. "입국금지는 황당한 주장", "정부를 공격하려는 의도"라는 등 정치공세로 치부했던 여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감염병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국민안전에 두고 이번 사태에 대처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발원지인 중국과의 관계나 경제에 미칠 영향 보다 국민안전이 우선이라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에게 건의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 의료 역량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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