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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200억의 꿈'…바른미래당, 금주 '골든타임'


입력 2020.02.03 05:00 수정 2020.02.02 23:08        정도원 기자

당권파, 손학규 상대로 최후의 총공세 나설듯

금주내 수습 안되면 교섭단체 붕괴 명약관화

기호·보조금 모두 상실하고 공중분해될 우려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이 국회부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이 국회부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미래당이 이번주 총선에서 생명력을 가진 정당으로 기능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맞이한다. 당권파 의원들은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정계개편에 합류하기 위해 손학규 대표를 상대로 '최후의 총공세'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세가 무위로 돌아갈 경우, 교섭단체 붕괴와 연쇄탈당은 불가피할 관측이다.


2일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최도자 수석대변인과 장진영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손학규 대표를 만나 다시 한 번 '결단'을 간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대표가 재차 거부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주말 내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대로인 상태로 머물렀다.


3일에는 가칭 안철수신당의 추진위원회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안 전 의원의 신당 관련 행보에 꾸준히 동참해온 권은희 의원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부친상을 탈상한 김관영 의원도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석으로 간신히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에 교섭단체 붕괴 우려가 덮쳐오고 있는 셈이다.


교섭단체가 붕괴할 경우, 정치권 일각에서 점쳐온 바른미래당의 '200억 원 자산설'은 한낱 백일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른미래당의 현재 자산에 대해서는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30억 원에서 80억 원, 100억 원, 200억 원 등 설이 난무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의 현재 자산을 30~40억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 의원은 "오신환 사무총장 시절에는 사무처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지출규모를 최대한 억제해 재정을 회복시켰다"면서도 "오 총장이 물러난 뒤 당의 씀씀이가 커져 지금으로서는 30~40억 원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추정한 '200억 원' 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달 15일에는 올해 1분기 정당보조금 지급이 있고, 3월 27일에는 총선이 있는 해에 나오는 선거보조금 지급이 있다.


바른미래당의 정당보조금은 교섭단체를 유지할 경우 25억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선거보조금은 4개 분기에 걸쳐 나눠 지급되는 액수가 1년치를 한꺼번에 지급하기 때문에 100억 원 가량이다. 이렇게 수령하면 얼추 200억 원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은 오는 14일까지 소속 의원이 1명이라도 탈당하면 물거품이 된다. 단순히 의석 20분의 1이 빠진 것 이상으로 보조금 지급액이 급감한다. 교섭단체가 붕괴하면 보조금 전체 액수의 절반을 우선해서 교섭단체끼리 균등하게 나눠갖는 자리에서 축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거보조금은 6억 원 안팎, 정당보조금은 25억 원 안팎으로 '4분의 1 토막'까지도 우려되는 가운데, 마땅한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의원은 "과거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변혁)이 기세를 올릴 때도 권은희 의원이 유승민 의원 등과 동반 탈당해 교섭단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며 "당시에는 지도부에서 의원 1명이 탈당하더라도 곧바로 메꿀 수 있는 영입후보군을 준비해놨다고 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그것도 이제는 옛 이야기"라며 "지금 누가 손학규 대표가 내민 손을 잡고 우리 당에 들어오려는 의원이 있겠느냐"고 냉소를 흘렸다.


이번 주중 당의 비전이 제시되지 못하면 교섭단체 붕괴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제3지대'에서 다른 정당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바른미래당의 최대 자산이 무너져내리는 셈이라, 당권파 의원들은 주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울 대안 인물을 확실히 확보하는대로 손학규 대표를 상대로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총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버티면 뾰족한 수는 없는 형국이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기 때문에, 교섭단체 붕괴 이상의 수준으로 당이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계 지역구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을 원하는대로 모두 제명해주고, 자신들도 탈당한다는 게 이같은 시나리오 중의 하나다. 이 경우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은 대안신당(8석)·민주평화당(5석)과 함께 '제3지대 통합'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호남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원내 정당이 너무 많아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기호가 10번대 뒤로 밀려버리기 때문에 무소속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난망하다"며 "바른미래당 호남계와 대안신당·평화당이 합쳐 16~17석 정당을 만들면 나머지 3~4석 정도는 호남 무소속 의원들 중에 합류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손학규 대표만 남은 바른미래당은 '호남 제3지대 통합정당'과 미래한국당 등에 뒤이어 기호 5번 아래가 된다"며 "결국 기호도 후순위로 밀리고 총선 정국에서 존재감도 미미한 정당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공도동망(共倒同亡)을 막으려면 손 대표가 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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