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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엎친데 덮친 격…주택용 추월한 산업용 전기요금


입력 2020.01.31 06:00 수정 2020.01.30 22:26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선심성 정책에 주택용 전기요금 지속 하락…역전현상

美‧日 등 주요국 산업용 전기료, 주택용에 절반 수준

철강‧정유‧석유화학 등 주요산업서 경쟁력 약화 우려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전기로에서 한 노동자가 쏟아지는 전기불꽃속에서 일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전기로에서 한 노동자가 쏟아지는 전기불꽃속에서 일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보다 높아짐에 따라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산업용 전기는 공급원가가 낮아 주택용보다 요금이 저렴한데, 선심성 정책으로주택용 전기요금만 내리면서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적자수렁에 빠진 한국전력이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전기요금 체계개편에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역전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한전의 ‘전력통계 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5.8원으로, 주택용 요금(kWh당 104.8원)보다 약 1.0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0년 kWh당 76.6원으로, 주택용(119.9원)의 63.9%에 그쳤다. 고압의 전기를 직접 받아 사용해 주택용보다 송‧배전 비용이 적은 데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할인‧특례 등 정책적 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나 인상되면서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누진제 완화 등 ‘선심성 요금할인’으로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지난해 정부는 2018년 여름철 요금할인 방식을 매년 상시화하는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은 16~18%가량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주택용보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산업용 요금을 올리거나 인하를 억제해 요금이 역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역전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 2016년 기준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에 따르면 미국(53.6%), 일본(69.3%), 프랑스(55.9%) 독일(43.7%), 영국(62.5%) 등 주요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은 87.1%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다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까지 떠안으면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올 상반기 중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수립,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중국 등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이므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태양광 제조업 원재료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는 생산단가 중 전기요금이 약 35%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 기업인 OCI가 2017년 2만t 규모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을 인수한 것도 저렴한 전기요금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말레이시아 전기요금은 한국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김택중 OCI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지역 요금은 국내보다 전기료가 절반 정도 저렴해 가격경쟁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전기요금 절반 수준이라 경쟁력이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역시 비상이다.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인 뒤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전기량이 많다. 포스코의 경우 연간 전기사용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출의 약 7~8% 수준에 달한다. 현대제철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제조원가의 10% 수준이다.


정유‧석유화학업계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석유화학업체들은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기 위해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원가의 60~70%에 달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시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이미 100%를 넘어 인상 요인이 적다”며 “주요 산업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높아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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