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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친 집값과 미친 집값 잡기


입력 2020.01.30 07:00 수정 2020.01.30 05:49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문재인 대통령,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 선포

“부동산 안정됐다더니 대책만 18번째”

지난 1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0 신년 기자회견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0 신년 기자회견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포 했다.”, “영끌 했다.”


올해도 설 연휴에 가족들이 모여 나눴던 대화의 주 소재 중 하나는 ‘부동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느 명절과 달리 올해는 청약가점이 낮아 ‘청포자(청약 포기자)’가 됐다던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로 집을 사야겠다던가 하는 등의 부동산 고민을 담은 신조어들이 등장한 것 처럼 대화가 그리 유쾌하진 않았을 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들끓는 부동산 시장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청와대 참모진들도 이에 화답하듯 ‘서울 강남의 집값을 1차 목표’로 지목하고,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언급하며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정부 출범 이후부터 서울 집값 잡기는 줄곧 이어져왔다. 지난 2017년 문 정부의 첫 번째 종합부동산대책인 ‘6·19대책’이 한 달 지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구본준 LG부회장이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려 ‘피자CEO’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판씩 쏘겠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8·2대책’ 발표 직후에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친 전·월세’란 표현을 써가며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9·13대책’과 지난해 ‘12·16대책’까지 합치면 문 정부는 지금까지 네 번째 집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고,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 지정 등 개별 또는 후속 조치까지 합치면 모두 18번째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다”, “공급 감소 우려는 언론의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진단까지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묻는다. 정부의 말처럼 안정화되고 있다는 부동산 시장에 세금과 대출 등의 강력한 규제를 왜 계속해서 내놓는지 말이다. 만약 정부의 무차별적인 부동산 대책이 없었던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서울 집값이 지금처럼 치솟았을까, 지방 시장과의 초양극화는 벌어졌을까.


“정부의 미친 집값 잡기에 집값이 미친 걸까?, 집값이 미쳐 날뛰니 정부가 집값 잡기에 미친 걸까?”


오늘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느라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의 (효과가 의심스러운) 서울 집값 잡기는 편집증처럼 계속되고 있으니, 미쳤다는 말은 어느 한쪽에만 해당 되는 지적이 아닌 듯 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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