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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김학범, 과감한 로테이션이 부른 우승 신화


입력 2020.01.27 15:06 수정 2020.01.28 09:14        박시인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로테이션 시스템

파격 로테이션으로 전승 우승 신화를 창조한 김학범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파격 로테이션으로 전승 우승 신화를 창조한 김학범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과연 큰 대회에서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한 감독이 있었을까. 김학범 감독의 자신감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은 아시아 정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정태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 1회 대회가 시작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U-23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파죽지세를 내달린 한국은 이번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매우 고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 축구는 끝까지 한국을 괴롭혔다. 하지만 연장에서 승부가 갈렸다. 김학범 감독이 조커로 꺼내든 이동경의 왼발 프리킥이 정태욱 머리에 정확히 배달됐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백승호, 이강인 등 유럽파들의 차출을 요구했지만 소속팀의 반대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김학범 감독은 당장의 한 경기만 집중하기보단 목표점을 결승전으로 설정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스트 11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4일 간격으로 열리는 빡빡한 대회 일정에 맞춰 베스트 11을 고집하지 않았고, 상대팀 맞춤 전술을 꺼내드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큰 대회에서 필드 플레이어 전원을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기에 가능하다. 김학범 감독은 첫 경기 중국전 이후 이란전(7명), 우즈베키스탄전(6명), 요르단전(8명), 호주전(5명), 사우디 아라비아전(3명)에서 많은 숫자의 선발 라인업을 바꾸는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서도 김학범 감독이 강조하는 척추 라인에는 송범근 골키퍼부터 센터백 정태욱-이상민, 중앙 미드필더 원두재가 버티고 있었다. 4명 모두 8강전부터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4강 호주전과 비교해 단 3명만을 바꿨는데, 골키퍼와 포백, 중앙 미드필더 2명, 원톱은 고정이었다. 2선 공격진 3명을 전원 교체하는 승부수는 파격적이었다. 8강과 4강에서 맹활약한 김대원, 토너먼트 2경기 연속골을 터드린 등번호 10번 이동경이 모두 선발에서 제외됐다.


오히려 8강, 4강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않은 정우영이 예상을 깨고 이날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정우영에게 결승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기회를 준 것이다. 또, 이번 대회에서 줄곧 왼쪽 풀백으로 나선 김진야의 2선 전진 배치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물론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패착이었다. 정우영-김진규-김진야 2선 공격진은 전반 내내 실망스러웠다. 단, 김학범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초반 정우영, 김진규를 빼고, 이동준과 이동경을 투입한 것이 적중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김학범 감독의 용병술도 완벽에 가까웠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마침표를 찍었다.


첫 경기 중국전에서는 조커로 투입한 김진규, 이동준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합작했다. 8강과 4강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연속골을 터뜨린데 이어 결승에서는 정태욱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사실 스쿼드 이원화 정책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완전히 다른 라인업을 내세웠고, 11월 아랍 에미리트에서 개최된 두바이컵 역시 스쿼드를 두 개로 분리해 4경기를 소화하며 다양성을 키웠다.


김학범 감독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데 이어 이번 2020 AFC U-23 챔피언십마저 우승을 차지하며 왜 자신이 '학범슨'인지를 입증했다. 김학범호의 다음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이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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