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文대통령 명절선물의 정치학…짙은 '노무현 향수' 자극


입력 2020.01.25 07:16 수정 2020.01.25 07:1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선물 역시 술' 盧정신 이어받아…올해는 '봉하쌀 떡국떡'

잘못 전하면 안주니만 못해…종교갈등, '과대포장' 논란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국가 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1만4000여명에게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국가 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1만4000여명에게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청와대

대통령의 명절선물은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 대통령이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선물에는 '국정협력', '지역화합' 등 함의가 담겨 있고, 대통령의 개인 취향은 물론 시대상황도 들어있다.


文대통령 선물도 '노무현정신'…한결같이 술 선물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설 명절선물은 지역특산물로 채워졌다. 전북 전주의 이강주, 강원 양양의 한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떡국떡으로 구성됐다.


특히 봉하마을 특산물인 '봉하 오리쌀'은 문 대통령 취임 첫해에도 명절 선물로 검토됐다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선물에는 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담은 셈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명절선물은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 술로 채워졌다. '선물은 역시 술'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취향이 반영된 선물이었다.


지난해 설에는 전통술인 '함양 솔송주'이 담겼고, 2018년 설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강원도 감자술과 함께 전국 8도의 전통 과자가 담겼다. 그해 추석에도 제주도 오메기술과 전국 각지의 섬 지역 특산물들로 채워졌다.


군사정부 시절 통치자금 '돈다발'부터 'YS멸치'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명절 선물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명절 선물은 '돈다발'이 대세였다. 통치자금으로 정치인들을 관리하던 시대의 한 단면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인삼을 보내기도 했다. 인삼을 담은 나무 상자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겨 '봉황 인삼'으로 불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친 김홍조옹이 보내주는 거제도산 멸치를 고집했다. 당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받았다던 'YS멸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 전남 신안의 김, 한과 녹차 등을 주로 선물했다.


盧 '선물은 역시 술'…지역화합 의미 특산물 '대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절선물은 한결같이 술이었다. 지역 화합을 강조하며 복분자주, 소곡주, 문배주, 이강주 등 전국 각지의 대표적인 민속주를 골고루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국 특산물을 모은 종합세트를 선호했다. 여기엔 지역화합과 농축수산물 소비 장려의 뜻이 담겼다.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김, 경남 통영 멸치 등을 선물로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물세트도 지역 특산물로 채워졌다. 추석과 설 명절선물은 경산 대추, 여주 햅쌀, 장흥 육포 등 전국 각지의 특산 농산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설에는 직무정지 상태에서 명절선물을 보낼 수 없었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독립유공자 60명에게만 잡곡류로 구성된 선물을 보냈다.


잘못 전하면 안 주니만 못하다…논란의 명절 선물


"받으면 영광"이라는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지만, 잘못 전하면 안 주니만 못하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08년 추석 때 청와대는 불교계 인사들에게 황태·멸치 세트를 선물로 보내려다 역풍을 부를 뻔했다. 다행히 내부 논의 과정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며 별도의 선물세트를 구성해 보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추석 때 집중호우 피해주민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차(茶)와 다기 세트를 보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이 한가롭게 차를 마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서둘러 선물 내용을 쌀과 MP3 플레이어 등으로 바꿔서 보내야했다.


자유한국당도 올해 설 명절 선물로 불교계에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다른 곳으로 배송됐어야 할 선물이 조계종으로 잘못 배송됐다"면서 배송 당일 회수조치를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