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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 규제] 사외이사 임기제한 “비(非)전문가 앉혀 기업 망치겠다는 소리”

  • [데일리안] 입력 2020.01.28 06:00
  • 수정 2020.01.27 20:48
  •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3월 주총서 바꿔야 하는 사외이사만 ‘718명’

“오히려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 입김 세질 것”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연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명 상사법무과장,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뉴시스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연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명 상사법무과장,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뉴시스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두고 기업들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부터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 초과해 사외이사를 한 인사를 다시 선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총 전에 제때 사외이사를 뽑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은 각종 주가지수 산정에서 제외되며 기관투자자 매수도 금지된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번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해야 하는 기업은 566개사(비금융업) 718명(코스피 311명·코스닥 407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비금융업 사외이사(3745명)의 19%에 해당한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바꿔야 하는 대기업 사외이사는 76명으로 조사됐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59개 대기업집단의 264개 상장사 사외이사 853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을 분석한 결과 올해 주총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는 총 76명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SK가 각각 6명의 사외이사를, LG·영풍·셀트리온은 각각 5명씩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LS와 DB는 4명, 현대차·GS·효성·KCC는 3명의 사외이사를 바꿔야 한다.


SK텔레콤·KT·삼성SDI·삼성전기·현대건설·코오롱인더스트리 등 16곳도 사외이사 2명을 3월 주총에서 교체해야 한다. 전체 사외이사 6명 중 5명을 3월 주총에서 바꿔야 하는 셀트리온이 개별 기업 중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상법 개정안은 ‘사외이사의 재직연한을 해당 회사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사는 곧바로 재직 기간 기준을 초과한 사외이사를 해임하고 새롭게 선출해야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라며 “당장 주총이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수백 개 기업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통해 정부가 기업경영 내부장치인 사외이사와 주주총회에 직접 관여할 여지를 확대할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기업 경영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결격 사유를 ‘사외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로 규정한 상위법에도 벗어난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영권 핵심 사항인 이사 선·해임과 정관 변경 추진을 경영개입 범주에서 제외해 역시 법적 위임범위를 일탈한다고 경총은 꼬집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량 보유할 기관이 사실상 국민연금뿐이라는 점에서 공적연기금의 지분변동 보고 의무를 완화해준 것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 능력을 무력화하는 조처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총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를 비롯해 노동계,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역할을 넘어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압박까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력풀이 좁은 상황에서 전문성 갖춘 기존 사외이사는 임기 제한으로 밀려나고 전직 공무원, 교수 등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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