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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무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


입력 2020.01.20 09:00 수정 2020.01.20 08: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선관위까지 정권 편들기 하나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데

선거 통해 허위‧위선 쓸어내야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및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수정안에 최종 합의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날치기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및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수정안에 최종 합의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날치기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내에 ‘4+1’이라는 막강한 세력이 있다. 법적으로 어떤 근거도 갖지 않은 무소불위의 입법청부집단이다. 원내교섭단체 제도는 무의미해졌다. 여당과 그 위성정당들이 의사(議事) 진행의 전권을 행사한다. 국회의장은 이들의 충실한 심부름꾼이다. 이들의 뒤에는 물론 정권이 있다.


국회 내의 그 괴생명체가 이룬 대표적 업적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하는 개정 선거법의 국회 의결이다. 검경수사권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도 역시 이 조직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했다.



선관위까지 정권 편들기 하나


‘4+1’이 해괴한 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기어이 입법화한 것은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의석확보 여지를 획기적으로 넓혀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공수처법 등과 바꿔먹기 용으로. 정의당 등은 가만 앉아서 횡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가 했을 텐데, 그만 동티가 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의석을 확보한 방안으로서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이란 자구책을 고안해 낸 것이다. 지역선거구 투표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선 그 자매정당 혹은 위성정당을 지지하게 하면 정의당 등의 교활한 계산은 무의미해지고 만다. 게다가 민주당은 확실하게 제2당으로 전락하는 자업자득의 운명을 맞는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3일 생뚱맞게 나서서 ‘비례’라는 표기가 들어가는 당명을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정당법 제41조 3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약칭을 포함한다)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정당법에 충실하려 했다기보다는 ‘4+1’을 뒷받침하려 했다는 인상이 짙다.


△‘뚜렷이’라는 것은 기준으로 삼기에는 모호한 표현이다.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열어둔 법조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조항은 기존 정당의 차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그런데 오히려 기존 정당의 정당한 방어수단 무력화 장치로 이용됐다. △‘비례’를 금기어로 규정한 것은 중앙선관위의 월권적 권한 행사다. 정당 이름에서 특정 용어 사용을 금지할 권한이 선관위에 부여됐다고 볼 수 없다(물론 미풍양속, 민주주의의 상식 등을 해치는 표현은 별개이지만).


어쨌든 중앙선관위의 협조(의도적이든 결과적이든) 덕분에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4개 정당들의 손실은 최소화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한국당은 17일 이름을 ‘미래한국당’으로 바꿔 선관위에 신고했다. ‘4+1’이나, 선관위나 허를 찔린 셈이 됐다. 특히 선관위로서는 이것조차도 안 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엔 ‘4+1“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데


“이름을 떠나서 위성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기만하고 왜곡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꼼수 정당.”(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무례한국당으로 바꾸는 것이 더 어울린다. 꼼수가 가관.”(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


“그 명칭과 상관없이 위성정당 창당은, 정당이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어야 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과 정당법을 위반하는 행위.”(정의당 강민진 대변인)


“두고두고 미래세대에게 부끄러운 정치사를 보여주는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민주평화당 이승한 대변인)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투다. 현 정권의 실세‧유력자라는 사람들 특성이 ‘막무가내+모르쇠’증세인 것 같던데, 그 위성정당으로 보이는 꼬마정당의 리더들도 같은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게 뭔가. 말 그대로 족보에 없는 해괴한 사이비 선거제도 아닌가.


헌법에 국회는 정당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된다는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정당에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비례대표제의 가장 중요한 의의가 ‘사표방지’에 있다고 하지만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것과 무관하다. 사표는 지역선거구 투표에서 생긴다. 그런데 왜 정당투표라는 정당들만의 리그를 따로 만들었다는 것인가.


과거 1인 1표로 비례대표 배분까지 하는 게 위헌이라고 해서 2004년 제16대 총선 때부터 1인 2표제가 시행됐는데 그것도 위헌이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선거 결과에 비례대표 배분을 연계시키고. 정당에 특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복합적 위헌요소를 안고 있다 하겠다. 이 같은 법을, 대의민주정치의 기본 틀까지 무너뜨려가면서 막무가내로 만들어 놓고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오히려 당하는 측의 정당방위적 대응에 대해 오뉴월 무논에서 개구리가 울어대듯 일제히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선거 통해 허위‧위선 쓸어내야


하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공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내는 정권이다. 그것도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설마 힘 있는 사람들의 보호장치로서 그런 기관을 만들었겠는가. 약자의 인권 지킴이 역할을 해줘야 할 기관 아니던가. 하다하다 인권위원회까지 ‘우리 편’ 구하기에 동원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이 무슨 꾀인들 안 내고 무슨 재주인들 안 부릴까.


정권 실세라는 사람들은 과거 정권의 적폐라며 법정에 세워 사법적 징벌을 받게 했던 그 행위를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 국민과 언론의 지탄에 대해서는 아예 못들은 양하는 게 이들의 특기다. 반응을 보이면 그게 또 논란거리고 되고 국민의 이목을 끌 테니까 그냥 무시해 버리고 만다. 반응을 하지 않으면 논란은 조기에 수습되고 잦아든다. 그 묘리를 이들이 깨우친 것이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더니 민심 동향에 대한 정권 측의 답변이 그렇게 들린다. 이러면서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온갖 술수를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무섭다. 야권 인사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아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던데 정권 핵심 인사들이 속으로 하는 말이 그것 아닐까? “맞아, 우린 그렇게 알고 있어!”


국민이 개‧돼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자임을 확인시키는 방법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선거를 통해 허위와 위선을 쓸어내는 것이다. 이건 국민의 권리이자 민주 대한민국에 대한 신성한 의무다.



<蛇足(사족)>

‘개‧돼지’ 이야기 하나 덧붙이자. 미래한국당이 창당되고,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못 만드는 경우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죽 쒀서 개주는 격’이 된다고 박지원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주장했다. 제1야당을 ‘개’에 비유한 것이다. 한국당을 ‘개’로 여긴다면 자신이 속한 정당은 뭘로 안다는 것일까? 이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쑨 죽은 당신들끼리 나눠 드세요. 상해서 배탈이 날 수는 있겠지만 요. 괜히 한국당에 선심 쓸 생각 마시고!”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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