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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오늘 오후 귀국…황교안과 '말' 통할까


입력 2020.01.19 04:00 수정 2020.01.21 10:27        정도원 기자

귀국 이튿날 역대 대통령 및 광주 5·18 묘역 참배

'자유우파 대통합' 프레임에 들어가기 어려운 행보

이태규 "야권 단일대오 여론 있는 것은 분명" 여운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한 지지자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한 지지자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귀국 이튿날인 2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오후에는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5·18 묘역을 찾는다. 이후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 부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그간 해외에 있어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웠던 안철수 전 대표가 귀국함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안 전 대표와의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도보수대통합에 강한 열의를 피력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안 전 대표와의 물밑접촉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황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여러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그간 걸어온 길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화법의 차이가 심하다. 그러나 만나면 은근히 서로 말이 잘 통할 여지가 있다는 게, 두 사람을 지켜봐온 정치권 관계자들의 평이다. 국민의당계 의원실 관계자는 "대권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동족혐오(同族嫌牾)가 심하다. 서로 스타일·사고방식·포지셔닝이 비슷한 정치인들끼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면서도 "황교안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여러모로 다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담판을 하면 의외로 서로 말이 통할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를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황교안 대표가 지금의 '프레임 설정'으로는 안되고, 화법·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옛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민의당계 관계자는 "그쪽 사람들이 우리를 너무 모른다"라며 "'화성에서 온 남자'가 '금성에서 온 여자'와 결혼까지 해서 잘 살 수 있지만, 연애를 시작하려 할 때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계 관계자들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 용어가 '자유우파 대통합'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4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오면 좋겠다"며 "와서 자유우파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나름의 '프로포즈'였겠지만, 안 전 대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용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당계 관계자는 "황 대표의 생각은 '문재인정권은 좌파독재다', '좌파독재 문재인정권에 반대하면 자유우파다', '따라서 같은 자유우파니까 함께 하자'라는 삼단논법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논법의 전제에는 이 세상에는 독재좌파와 자유우파만 있다는 선악이원론(善悪二元論)이 깔려 있다. 독실한 종교인이 흔히 설정하는 세계관"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권에 반대하면서도 '자유우파'의 틀 안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의 귀국 행보에서도 이 점은 뚜렷이 드러난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등 정파를 가리지 않고 역대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오후에는 광주광역시 5·18 묘역을 찾는다. 새로운 정치적 영역으로 진출하더라도 이미 자신이 쌓아왔던 기존의 정치적 기반을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계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광주·전남에서 30%를 득표했다. 그 어떤 '자유우파' 대권주자도 넘볼 수 없는 지점"이라며 "설령 '반문연대'에 생각이 있다한들 이 엄청난 자산을 왜 스스로 버리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황 대표가 사용한 '자유우파'라는 용어 자체가 안 전 대표를 담을 수 없는 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우파'라는 단어는 그다지 널리 쓰이지 않는 용어였는데, 황 대표의 '내 친구 K' 모 정치평론가가 '보수'를 대체해 사용할 것을 주장하면서 갑자기 확산됐다. 황 대표도 꾸준히 '보수' 대신 '자유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자 황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정통 보수정당을 지켜왔다고 자처하거나, 황 대표를 내심 마뜩치 않아 하는 보수정치인들은 오히려 '보수' 또는 '보수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유승민 의원 등은 당명에까지 '보수'라는 단어를 넣었다. 우리나라의 보수정당이 당명에 직접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우파라는 단어는 기존의 보수 진영마저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기존 보수 진영마저 다 담아내지 못하는 '자유우파 대통합'이라는 단어에 안철수 전 대표를 담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말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이태규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자유우파 대통합 호소는) 프레임을 가지고 우리의 통합 대상이니 들어와달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안철수 전 대표는 여기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그런 식의 프레임에는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지점은 이태규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해야할 필요성이나 이를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민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아무래도 지금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된다는 물밑 여론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정말 문재인정권을 제대로 심판하려면 진영 체제가 아니고, 새로운 혁신 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철수 전 대표는)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계 관계자는 "이태규 의원의 말을 잘 들어보면 이른바 '호남 텐트'를 향해서는 박지원 의원 등 인적 구성 자체에 대해 회의를 드러내는 반면, 중도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프레임'을 문제삼고 있다"며 "그릇이 작은 '자유우파 대통합'이 아니라, 헌법을 지키는 '헌법연대'라든지 안 전 대표가 움직일만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그릇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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