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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전매체 표현 갖다쓰는 與…해리스는 내정간섭 총독?


입력 2020.01.18 05:00 수정 2020.01.18 07:03        이배운 기자 (karmilo18@naver.com)

메아리 "해리스, 식민지 총독행세하며 남조선 정치인들에게 행패질"

송영길 "해리스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설훈 "내정간섭 같은 발언"

대진연 "내정간섭 총독행세 규탄"…'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등 개최

미국·일제 동일시 의도…反대북제재 反한미공조 여론 불붙나

'해리스 대사 참수 경연대회' 및 아이디어 공모전 포스터 ⓒ국민주권연대 SNS캡처 '해리스 대사 참수 경연대회' 및 아이디어 공모전 포스터 ⓒ국민주권연대 SNS캡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우리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제동을 건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일제시대 조선 총독",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북한 선전매체에서 내놓은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 구상에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게 낫다"고 발언했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를 향해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를 '총독'으로 처음 비유하기 시작한 곳은 북한이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1일 '식민지 총독의 행패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리스는 (한국 정부에)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박했다"며 "그야말로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사람들을 노예처럼 취급하며 마구 호통치던 왜놈 총독의 행태를 방불케 하는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이어 "미국은 남조선을 한갖 식민지노복, 머슴군, 하수인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며 "그런 미국이니 남조선주재 미국대사라는 자까지 나서서 식민지총독행세를 하며 남조선의 정치인들에게 행패질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 참가자들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사진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달 14일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 참가자들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사진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있다. ⓒ데일리안

이어 또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13일 '분노를 자아내는 현지 총독의 날강도적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리스가 남조선의 정치인들을 불러 횡포하고 무례한 요구를 가하며 총독행세를 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해리스 대사를 식민지 총독에 빗대는 것은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과거 일제와 동일시해 대북제재에 대한 부정여론을 확대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제 항거'와 '반미 운동'을 동일시해 반(反)한미공조 여론을 만들려 한다는 관측도 잇따른다.


실제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등 국내 대학생 단체들은 북한 선전 매체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며 해리스 대사 규탄 및 반미 시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스는 일제강점기 총독인가, 내정간섭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지난달에는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시위를 개최하며 "내정간섭 총독행세 해리스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해 10월 미 대사관저 기습 침입을 시도하다 4명이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바 있다. 또 다른 단체 회원들은 재작년 '백두칭송위원회', '김정은 위인맞이환영단' 등 결성에 참여하고 김 위원장을 칭송하는 행보를 펼쳐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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