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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토록 바라던 지방 미분양 감소가 달갑지 않은 이유


입력 2020.01.20 07:00 수정 2020.01.19 23:38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외지인 투자세력 지방 시장 공략 가속화되고 있어

시세 상승으로 지방도 서울만큼 내집마련이 힘들어 질 것

대전 시내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대전 시내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방 부동산 시장에 그토록 바라던 훈풍이 불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달갑지만은 않은 바람이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던 미분양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오랜만에 청약경쟁률과 집값이 치솟고 있지만 기대감보다 씁쓸함이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수년째 이어오던 공급과잉 여파가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는 내면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실 미분양 감소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 미분양 통계는 일반적으로 주택수급의 부족·적정·과잉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5246가구로 전달보다 2849가구(5.9%) 감소했다. 수도권은 8315가구로 오히려 3.9% 증가했다.


특히 부산과 충북, 대구, 전북의 미분양이 많이 감소했다. 부산의 경우 2884가구로 전달보다 무려 34.2% 줄었고, 충북은 2216가구로 14% 감소했다. 대구와 전북 역시 각각 9.3% 8.4% 줄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요즘 같이 침체의 골이 깊어진 때에 지역경기가 단숨에 회복되면서 수요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 미분양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바로 외지인 투자세력이 지방으로 원정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투자세력의 수도권과 지방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해운대에서 외지인이 매매한 주택은 198가구로 10월(66가구)의 3배로 늘었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주택은 7가구에서 29가구로 4배로 뛰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수영구와 동래구는 각각 1.4배, 1.9배 늘었다.


이를 두고 부족한 지역수요 대신 외지인 투자가 지역 부동산 경기를 견인한 것만해도 다행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문턱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서울만 내집 마련이 힘들다는 얘기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며칠전 국토부가 발표한 ‘12·16 대책 후 주택시장 안정세’라는 설명자료만 봐도 정부 관계자들의 시야가 얼마 좁은지 알 수 있다.


7페이지에 달하는 자료 어디에도 지방 부동산 시장에 관해 모니터링한 흔적은 단 한줄도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외면할수록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멍울이 서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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