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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노림수…한국GM 따라하기?


입력 2020.01.17 10:40 수정 2020.01.17 11:2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한국GM과 쌍용차 케이스 달라…2대주주, 채권자 차이

일자리위·경사노위 면담서 휴직상태 복직자 협상 지렛대 삼을 수도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차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에 타고 있다. ⓒ뉴시스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차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에 타고 있다. ⓒ뉴시스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쌍용차 노조와 KDB산업은행, 정부 관계자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향후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행보가 지난 2018년 한국GM 부도 위기 당시 산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낸 제너럴모터스(GM)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당시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엔카 사장은 이날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고엔카 사장은 전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곧바로 평택 쌍용차 본사를 찾아 경영진과 노조위원장 등을 면담, 향후 투자계획 등을 논의했다.


고엔카 사장은 이날 노조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가진 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진행된 1, 2차 자구노력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고, 마힌드라의 지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를 찾아 산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고엔카 사장이 산은에 쌍용차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힌드라는 지난달 지원 요청을 위해 인도를 방문했던 쌍용차 노조에게 23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산은이 쌍용차 회생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산은에 지원을 요청할 게 아니라면 굳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면담을 하고 다닐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다만 지원 범위가 단순히 대출금 상환 유예나 추가 대출 수준인지 한국GM의 사례와 같은 직접적인 자금지원인지는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GM은 지난 2018년 한국GM 부도 위기 당시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산은의 지원을 조건으로 총 64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산은도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GM과 쌍용차는 상황이 달라 같은 사례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은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경영정상화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진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쌍용차와의 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일 뿐이다.


명분 없이 지원했다가는 ‘퍼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비금융투자회사 지분매각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에 지분을 투자할 명분도 없다.


이날 산은은 고엔카 사장과의 면담 이후 브리핑 자료를 통해 “마힌드라는 직접 투자계획 외에도 쌍용차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산은은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 하에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기대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산은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고엔카 사장은 이날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과의 면담에서도 쌍용차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면담 대상이 일자리와 노사관계 관련 정부 정책 담당자라는 점에서 무기한 휴직 상태인 복직자 46명을 정부와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산은이 한국GM을 지원한 사례가 마힌드라에게 ‘한국은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외국계 사업장이 위기를 맞으면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선례를 만들어준 것 같다”면서 “이번에 쌍용차를 지원하면 앞으로 르노삼성이 어려워질 경우 르노도 정부에 손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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