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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GV80, 대한민국 첫 럭셔리 SUV의 품격


입력 2020.01.20 06:00 수정 2020.01.19 23:3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럭셔리한 내외장 디자인, 안락함과 퍼포먼스 겸비한 주행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필기 인식 조작계 등 최첨단 편의사양 눈길

3열 좌석 배치로 양보한 2열 레그룸 아쉬워


제네시스 GV80 주행장면. ⓒ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 주행장면. ⓒ제네시스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그 다음은? 차를 바꿀 때면 누구나 기존보다 더 나은 차로 갈아타길 원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산 SUV에서는 대형 이후를 책임질 차가 없었다. 그래서 많이들 수입차로 옮겨갔다.


이제 그 판도가 바뀔 때가 됐다. 대한민국 첫 럭셔리 SUV, 제네시스 GV80(지브이에이티)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GV80를 타봤다. 시승 코스는 고양시 킨텍스에서 인천 연수구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까지 왕복 120km로,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자유로 등 고속도로와 일부 시내 구간이 포함됐다.


GV80의 외양은 당당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묵직하지만 둔해 보이지 않는, 화려하지만 번잡하지 않은 절묘한 절충을 이뤄냈다.


세심한 곡선이 많이 가미됐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묵직한 하나의 덩어리를 이뤄 럭셔리하면서도 탄탄하고 안정적인, 소비자들이 SUV에 기대하는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플래그십 세단 G90에서 선보였던 방패 모양의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네 개의 램프로 이뤄진 쿼드램프는 전고가 높은 SUV의 디자인에 걸맞게 재해석됐다. 쿼드램프를 나누는 두 줄의 주간주행등은 이제 멀리서도 제네시스를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이 됐다.


차체 비율은 전장을 과도하게 길게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전폭을 늘려 충분한 실내공간을 확보한 럭셔리 SUV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전폭은 현대차의 대형 SUV 펠리세이드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동일한 1975mm로, 럭셔리 차에 걸맞은 충분한 좌우 공간을 제공해주지만 전장은 팰리세이드보다 35mm 짧은 4945mm로 부담스럽게 크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덩치에 비해 낮은 전고(1715mm)와 뒤로 갈수록 완만히 낮아지는 측면 곡선은 GV80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날렵함을 가미해준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운전석에 앉아보니 ‘역시 럭셔리 SUV’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대시보드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수평형으로 깔끔하게 정리했고, 그 위를 고급 가죽으로 감쌌다. 수평형 레이아웃은 가뜩이나 넓은 실내공간을 시각적으로 더 광활하게 만들어준다. 센터페시아도 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식으로 구성해 조작이 편리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다만 대시보드 위로 치솟은 대형 디스플레이는 필요치 않을 때는 접거나 아래로 밀어넣을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높이 치솟은 센터콘솔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확실히 분리해주며 운전중 기어봉의 부재로 암레스트에 걸친 오른팔이 공중에 붕 떠있는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운전석 시트는 안락하면서도 안정적이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시트 좌우가 조이면서 버킷시트와 같은 역할을 해줘 믿음직스럽다. 시트 내부에 7개의 공기주머니를 넣어 바람을 넣고 빼면서 주행 상황에 따라 안락감과 안정감을 최적화시키는 ‘에르고 모션(Ergo motion) 시트’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네시스 GV80 내부 모습. ⓒ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 내부 모습. ⓒ제네시스

주행 감성도 럭셔리 SUV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웬만한 요철은 느낌도 없을 정도로 차체가 완전히 흡수해준다. 노면 상태를 바퀴를 통해 인지하는 게 아니라 전방 카메라를 통해 사전에 인지해 대응하니 서스펜션 반응이 신속하다.


지상고가 높은 SUV의 한계를 극복하고 럭셔리 세단 이상의 승차감을 만들어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최고 출력 278마력(PS), 최대토크 60.0kgf·m의 3.0 6기통 디젤엔진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저속에서 급가속을 해도 억지로 힘을 짜내는 느낌 없이 여유 있게 원하는 속도로 끌어올려준다.


고속으로 주행해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저속이나 공회전시 두드러지는 디젤엔진 특유의 엔진음도 잘 잡았다.


고속 주행 중 차선을 옮길 때나 급회전 구간에 접어들 때도 차체가 급격히 쏠리지 않고 안정을 유지한다. 과격한 움직임에도 탄탄한 하체가 잘 버텨주니 믿음직스럽다.


제네시스 GV80.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GV80.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각종 주행 보조 시스템도 대중 차량보다는 한차원 높은 수준을 뽐낸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운전대에 손만 얹어놓고 딱히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스스로 잘 움직인다. 특히 차선 끝으로 붙지 않고 정확히 차선 중심을 따라 주행하니 곡선 구간에 진입해도 불안하지 않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운전자의 운전스타일에 연동해 작동된다고 하는데, 시승 시간의 한계상 테스트해볼 기회는 없었다.


깜빡이(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선을 바꿔주는 기능도 테스트해봤다. 깜빡이를 완전히 켜면 작동하지 않고 스위치를 반 정도 올리거나 내린 상태에서 손으로 잡고 있으면 스스로 차선을 옮긴다. 차라리 운전대를 돌리는 게 더 편하겠다 싶을 정도로 불편한 조작 방식이지만 차선 옮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에겐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작 방식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서 운전자가 자의적으로 차선을 옮길 때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이 개입해 충돌이 나는 상황을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좀 더 편한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제네시스 GV80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작동 장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GV80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작동 장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럭셔리 차량에 걸맞게 각종 편의사양도 최첨단을 달린다. 특히 실제 전방 화면을 비춰주며 그 위에 주행 방향을 안내해주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은 첨단 기술의 끝을 보여줬다.


센터콘솔 앞쪽 주 조작부에는 세 개의 다이얼이 위치해 있다. 하나는 기어봉을 대체하는 변속기 컨트롤러고, 다른 하나는 주행모드 변환 장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다. ‘필기 인식 조작계’로도 불리는 통합 컨트롤러는 그 위에 손글씨를 쓰는 것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전화번호 입력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제네시스 GV80의 2열과 3열 좌석을 자동으로 접었다 펼수 있도록 하는 스위치.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GV80의 2열과 3열 좌석을 자동으로 접었다 펼수 있도록 하는 스위치.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시승 차량은 3열 좌석까지 장착된 7인승이었다. 보통 GV80 정도 크기의 SUV에서 3열 좌석은 ‘상시용’이 아니라 ‘비상용’이다. 평상시에는 접어놓고 트렁크 공간으로 사용하다 사람이 많이 탈 일이 있을 때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좌석을 접었다 펴는 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GV80와 같은 럭셔리 SUV의 오너가 그런 수고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3열 좌석과 2열 좌석 모두 버튼만 누르면 전동식으로 접었다 펴진다. 3열 좌석을 접으면 광활한 트렁크 공간이 펼쳐진다. 2열 좌석까지 접으면 성인 세 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제네시스 GV80의 2열과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GV80의 2열과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중형 이상의 럭셔리 자동차는 운전자 못지않게 뒷좌석 승객을 잘 모셔야 한다. 2열 좌석은 시트의 안락함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충분한 고급감을 제공한다. 등받이는 반쯤 누운 자세가 될 정도로 충분히 뒤로 젖힐 수 있고, 자동으로 조작된다.


2열 레그룸은 필요한 수준은 충족시키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만일 이 차가 싼타페였다면 ‘굉장히 넓은 레그룸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내렸겠지만 이건 제네시스 GV80다. ‘오너드리븐(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의 역할도 충족시켜야 하지만 쇼퍼드리븐(주인이 뒷좌석에 앉는 차)’의 역할도 무시하면 안 된다.


제네시스 G90나 G80가 제공하는 광활한 뒷좌석의 포스를 안타깝게도 GV80에선 느낄 수 없다. 뒷좌석이 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럭셔리 차로서는 다소 부족하다.


제네시스 GV80 2열 좌석. 1열 운전석과 보조석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GV80 2열 좌석. 1열 운전석과 보조석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그런 의미에서 GV80의 내부를 3열로 구성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물론 2열 짜리 5인승 모델도 있지만, 2열 시트 배치는 동일하니 레그룸은 고만고만하다.


럭셔리 차의 용도를 제대로 살리려면 3열을 없애고 2열을 좀 더 뒤로 밀어 충분한 레그룸을 확보하는 게 좋았을 뻔했다. 옵션 포함 8000만원을 넘는 고급차에 6명 이상씩 태우고 다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혹시 제네시스가 GV80를 ‘대형 SUV’로 마케팅하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열 시트 구성은 대형 SUV의 상징과도 같으니.


하지만 차체 크기로 보면 GV80는 BMW X5, 벤츠 GLE 등 럭셔리 브랜드의 중형 SUV와 동급이다. GV80 자체 품평회 때도 X5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었다. X5와 GLE는 GV80보다 불과 1~2cm 짧은 전장을 가졌지만 굳이 3열 좌석을 우겨넣지 않고 2열의 안락함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GV80는 디젤모델 기준 6580만원짜리 단일 트림으로 운영된다. 대신 엔진, 구동방식, 컬러, 옵션을 자유롭게 택해 총 10만4000여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이날 시승 차량은 주요 옵션이 모두 포함된 모델로, 가격은 8000만원대 후반이다. 향후 가솔린 2.5 및 3.5터보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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