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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안치홍·오지환’ 예상 벗어난 온도차 '왜'


입력 2020.01.03 00:06 수정 2020.01.03 08: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루수 계보 이을 듯 보였던 안치홍, 올 시즌 부진

꾸준한 오지환은 계약 일찍 끝내며 4년 40억 보장

FA 시장서 안치홍과 오지환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 뉴시스 FA 시장서 안치홍과 오지환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 뉴시스

고교 시절 4대 유격수로 불리며 일찌감치 프로 구단의 눈도장을 받았던 두 선수가 있다. 바로 나란히 프로에 입단해 이번 겨울 함께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과 오지환이다.

서울고 출신의 안치홍은 고교 졸업 직후인 2009년 KIA로부터 2차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디뎠다. 입단 계약금은 1억 8000만 원으로 투수가 아닌 야수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같은 서울 지역의 경기고 출신인 오지환은 일찌감치 LG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은 안치홍보다 1억 원 높은 2억 8000만 원이었다.

프로에서의 두 선수 행보는 같은 듯 달랐다. 2루수 수업을 받아 입단 1년 차에 주전 자리를 꿰찬 안치홍은 2009년 올스타전 MVP로 자신의 이름값을 높였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오지환의 잠재력도 남달랐다. 오지환은 입단 첫해 1군 경기 경험이 5경기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인 2010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권용관을 자리를 차지하며 부동의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프로 입단 후 10년 조금 넘는 세월을 보낸 가운데 두 차례 변곡점을 맞는다.

안치홍은 기량이 절정에 달한 2014시즌이 끝난 뒤 돌연 군 입대를 선언했다. 그해 2루수로서 타율 0.339 18홈런 88타점 19도루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2년간의 커리어 중단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반면,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후 11년간 팀의 유격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2018년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백업 자원으로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혜택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기량만 놓고 보면 안치홍이 더 뛰어난 선수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안치홍은 프로 통산 10년간 타율 0.300 100홈런 586타점 106도루를 기록했다. 수비 부담이 큰 2루수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표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골든글러브도 세 차례나 수상하며 정근우의 대를 이을 국가대표 2루수로 각광받았다.

오지환은 꾸준함이 미덕이다. 골든글러브는 당대 최고라 불리는 두산 김재호, 키움 김하성에 밀려 1인자 자리에 한 번도 얻지 못했으나 매 시즌 이렇다 할 큰 부상 없는 강철 체력으로 수비에서도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다. 오지환은 11년 통산 타율 0.261 103홈런 530타점 188도루를 기록했다.

안치홍, 오지환의 통산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안치홍, 오지환의 통산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FA 자격을 얻게 될 2019시즌은 두 선수가 남다른 각오를 지닐 특별한 해가 밝았고 운명이 엇갈렸다.

안치홍은 바뀐 공인구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이전 시즌 23개의 홈런이 5개로 줄어들고 말았다. 3할 타율을 달성했으나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했고, 급기야 2루 수비에 허점이 발생하며 평가절하가 불가피했다.

오지환은 언제나 그렇듯 꾸준했다. 타격 부문에서 소폭 하락했으나 애초에 공격력이 크게 기대되는 선수가 아니었고, 수비에서 잔 실수들을 줄이며 노련미를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병역혜택을 받으며 2년의 시간을 번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FA 시장. 오지환은 개장 초반 6년 계약 등 진통이 있었으나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해 구단 측에 백기투항했고 4년간 40억 원의 계약을 이끌어내며 맘 편히 2019년을 마무리했다.

오지환보다 더 나은 선수라 평가된 안치홍은 사실상 기대했던 액수를 얻어내기 힘들 전망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안치홍을 원하는 타 구단은 현재 없으며, 원 소속팀 KIA와의 협상에서도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오지환보다 훨씬 높은 액수를 보장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의 가치는 돈, 즉 그들이 받는 액수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안치홍은 병역을 치르느라 2년 공백을 제외한 9년간 총 16억 69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반면에 11년간 군 복무 없이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만 입었던 오지환은 18억 8000만 원으로 안치홍을 앞질렀다. 차갑게 식어 선수들에게 여의치 않은 FA 시장 상황 속에 클래스가 다른 두 선수의 가치 평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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