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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경영권 분쟁 '눈총'...재계 "한심한 분열...경영 리스크 재발"


입력 2019.12.30 13:44 수정 2019.12.30 14:31        이홍석 기자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오너일가 갈등 수면 위로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가족 화합 유훈 어겨"

엇비슷한 지분으로 전면전땐 파국...협의로 풀어야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오너일가 갈등 수면 위로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가족 화합 유훈 어겨"
엇비슷한 지분으로 전면전땐 파국...협의로 풀어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분열하고 있어 경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과의 경영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23일 조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을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가족간 경영 분쟁이 25일 조 회장과 이명희 고문간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가족간 싸움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이날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앞으로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남편이자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지만 한번 불거진 가족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조차 한진그룹 오너들간 갈등에 우려와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의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숙하면서 서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로 시작해 오너일가의 폭언과 갑질 파문, 명품 밀수(관세법 위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범법 행위로 잘못을 한 오너 가족들이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욕심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가의 잘못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내놓아야 했던 선례가 있었음에도 다시 잘못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CEO 자리에서 내려 와야 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조양호 회장은 스트레스 등으로 지병이 악화되며 한달 뒤인 4월 세상을 떠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가족들이 화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며 “조 전 회장의 공백도 크고 주력인 항공업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그룹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건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금 드러난 갈등 자체보다 갈등이 표출되는 방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들간 협의가 우선돼야 하는 상황임에도 법무법인을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분쟁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진을 스스로 외부로 유출하는 등의 방식은 가족간 갈등으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들끼리 서로 생각이 달라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저런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을 좋게 봐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 그룹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진가 3세 삼남매. 왼쪽부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한진그룹 한진가 3세 삼남매. 왼쪽부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한진그룹
재계에서는 향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이 가족들간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오히려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6.52%로 남매 사이인 조현아 전 부사장(6.49%)와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의 영향력에 있는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와 우군으로 참여하는 미국 델타항공 지분(10.0%)를 포함하더라도 19.9%로 20%에 못 미친다. 이는 이명희 고문(5.31%)까지 포함한 세 모녀의 지분 18.26%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엇비슷한 지분 비율 때문에 전면전을 치닫을 경우, 윈-윈(Win-Win)보다는 윈-루즈(Win-Lose)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외에 행동주의펀드 KCGI가 17.29%로 단일주주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반도건설이 계열사 대호개발 등을 통해 6.28%, 국민연금공단이 4.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진 오너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견지해 온 KCGI나 국민연금과 손잡기는 서로 쉽지 않은 상황이고, 반도건설은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는 점에서 중립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KCGI와 반도건설이 손을 잡을 경우 갈라진 가족들보다도 높은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너 가족들의 다툼으로 그룹 경영권이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나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가족들간 화합을 강조한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어긴다는 점에서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며 “KCGI가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가족들간 진솔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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