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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SC제일은행 기업여신 부실 '역주행'


입력 2019.12.31 06:00 수정 2019.12.30 17:31        부광우 기자

무수익여신 비율 홀로 악화…0.85%로 시중銀 중 최고

깊어지는 불황에 관리 강화 나선 은행들 속 '마이웨이'

무수익여신 비율 홀로 악화…0.85%로 시중銀 중 최고
깊어지는 불황에 관리 강화 나선 은행들 속 '마이웨이'


국내 시중은행 기업 무수익여신 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 기업 무수익여신 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SC제일은행의 기업여신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가 불어나면서 그 비중이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관련 여신의 질을 개선해가고 있는 와중 홀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빚을 갚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와중 SC제일은행의 여신 관리는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전체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기업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52%로 전년 동기(0.55%) 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려 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대출을 일컫는 말로, 흔히 부실채권이라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과 채권재조정 또는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신이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SC제일은행의 기업 여신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된 모습이었다. SC제일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 비율은 같은 기간 0.64%에서 0.85%로 0.21%포인트 상승하며 최고를 기록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경우 높아야 0.5%대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아울러 이처럼 기업대출 부실채권 비중이 올라간 곳은 SC제일은행이 유일했다. 우선 씨티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 비율이 0.37%에서 0.34%로 0.03%포인트 떨어지며 최저였다. 국민은행 역시 0.61%에서 0.41%로, 하나은행도 0.58%에서 0.45%로 각각 0.20%포인트와 0.13%포인트씩 하락하며 기업 무수익여신 비율이 0.5% 아래로 내려왔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해당 비율은 0.54%에서 0.04%포인트 떨어진 0.50%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0.57%로 변동이 없었다.

전체 여신 규모를 제외한 채 액수만 놓고 봐도 SC제일은행의 기업여신 부실은 남다른 증가세였다. SC제일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은 803억원에서 1116억원으로 39.0%(313억원) 급증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이를 8102억원에서 5628억원으로 30.5%(2474억원)나 줄였다. 하나은행 역시 7275억원에서 6051억원으로, 씨티은행은 378억원에서 320억원으로 기업 무수익여신을 각각 16.8%(1224억원)와 15.3%(58억원)씩 감축했다. 우리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도 6437억원에서 6409억원으로 소폭(0.4%·28억원) 감소했고, 신한은행만 7329억원에서 7759억원으로 다소(5.9%·430억원) 늘어난 정도였다.

이처럼 대부분 은행들이 기업여신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가시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고, 자칫 이런 흐름이 생각보다 빨라질 경우 은행들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렇게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재정리해 두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SC제일은행의 기업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연체되고 있는 비율은 0.56%로, 이 역시 시중은행들 가운데 최고였다. 이 같은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대출을 갚는데 힘겨워하는 차주들이 많다는 뜻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시점 시중은행 전체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38%였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0.28% ▲우리은행 0.33% ▲하나은행 0.33% ▲씨티은행 0.37% ▲신한은행 0.40% 등 순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기업들의 경영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이들과 연계된 금융사 여신의 건전성도 함께 나빠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에서 74 사이에 그치며 10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해소 조짐을 보이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는 보이지만, 여전히 일본과의 무역 갈등과 금리·환율 등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등이 완화되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기업 경영 여건은 크게 나아지기 힘들어 보인다"며 "은행들로서는 기업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 수위를 계속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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