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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보리밥풀 하나로 잉어 낚은 셈인가

  • [데일리안] 입력 2019.12.30 09:00
  • 수정 2019.12.30 11:34
  •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한국당의 저지 투쟁 눈물겹지만

필리버스터에까지 끼어든 여당…막가기 관성 생기면 제어 안 된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한국당의 저지 투쟁 눈물겹지만
필리버스터에까지 끼어든 여당…막가기 관성 생기면 제어 안 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 어찌 잊고 가잔 말인가.”

아침이 되면 남경장사 선인(船人)들이 공양미 300석 값으로 심청이를 데리러 올 것이었다. 임당수 제수(祭需)로 팔려갈 몸이 된 심청이 마지막 밤을 아버지 걱정으로 지새우는 정경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29일 밤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듯하다. 30일엔 더불어민주당과 ‘준 여당’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야3당이 공수처설치법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미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기세로 공수처법도 처리하겠다고 민주당은 별러왔다. 한국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준 여당 의원들에게 공수처 법에 반대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당의 저지 투쟁 눈물겹지만

“소위 1+4의 틀 속에 계신 분들도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1+4가 공수처 법에도 협조한다면 역사는 당신들을 좌파 독재권력에 빌붙은 2‧3‧4중대로 기록할 것입니다.”

눈물겨운 간청에도 불구하고 준 여당들은 민주당과의 담합을 지키려 할 것이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형적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다음인데 공수처 법 처리에 대한 약속을 안 지켜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에 얽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이건 정치인으로서, 정당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대한민국 민주정치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런 부도덕한 의리는 지키지 않는 게 옳다. 선거법을 이렇게 고친 바람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례의석용 정당을 만들고 나설지 가늠조차 안 된다. 그럴 경우 준 여당들의 몫은 지금보다 늘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줄어들 위험성도 있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보리밥풀 하나로 잉어낚시를 한 셈이다. 계산이 안 맞고 민주당의 저의도 뻔하다. 지켜야 할 의리라는 게 무엇일 수 있는가).

한국당의 무제한 토론 작전은 실패했다. 애초에 성공을 기대하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답답하니까 그 방법이라도 써보자 했을 터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쪼개기 국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반칙(의회정치의 오랜 관행, 의원들의 선량한 상식이라는 규범을 정면으로 어긴)으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했다. 사흘 국회를 열어 필리버스터를 하게하고 바로 이어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표결하는 식의 잔꾀로 대응한 것이다.

민주당 측의 막가기 식 국회운영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니까 자기들도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세상에! 야당이 여당의 국회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 의존하는 제도적 저항 장치를 여당이 같이 이용하겠다고 덤빈 것이다.

“왜 야당 의원들에게만 본회의장 발언대를 줘야 하느냐. 그 자리에 한번 서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이 기회에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멋진 모습 사진으로 찍어서 내년 총선 때 써 먹어야지.”

필리버스터에까지 끼어든 여당

그런 심보였을 것이다. 야당은 속이 타들어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제한 토론을 시작했는데, 여당과 준 여당 의원들은 “이참에 화보 좀 찍자. 멋 부리며 연설하는 모습을 사진으로뿐만 아니라 기록으로도 남기자”며 끼어들었다. 그게 아니었다고 우길 것인가?

권세 자랑을 일삼는 사람이 있었다. 기분 좋은 말은 과도하게 반기고, 언짢은 소리를 하면 당장에 불벼락을 내리곤 했다.

어느 관상 보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 권세가가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관상가는 얼굴을 유심히 살핀 후 말했다.

“대인의 상은 보통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 보통의 상이 아니라면?”
“이장두소(耳長頭小)….”
“귀는 길고 머리는 작다는 말이군.”
“순개로치(脣開露齒)….”
“입술이 벌어져 이가 드러나고? 그게 대체 무슨 뜻이야?”
권세가가 무슨 말이냐고 다그치니까 머뭇거리던 관상 보는 이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대인의 상은 꼭 토끼를 닮았습니다.”
“뭐라고! 이놈을 당장 묶어서 주리를 틀어라.”
하인들이 몰려와 그를 묶었다. 하인 우두머리가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같은 값에 듣기 좋은 말을 했더라면 큰 상을 받을 텐데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는 거요?”

관상가는 그렇겠다고 여겨 다시 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두머리가 주인에게 “저 사람이 대감님의 위광에 눈을 제대로 못 떠서 상을 잘못 본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만 더 보게 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권세가가 관상 보는 이를 다시 불렀다.
그 사람은 권세가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옆에 서 있는 하인에게 말했다.

“나를 다시 묶어주게나. 아무리 봐도 주인의 얼굴은 토끼인 걸 어떡하겠나.”(嘻談錄, 이주홍 역편 중국풍류골계담)
(무제한 토론에 끼어든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은 이 이야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비난하고 싶지 않아도 참을 수가 없는데 어쩌겠는가.)

막가기 관성 생기면 제어 안 된다

민주당 측은 국회운영 행태에서뿐만 아니라 언행에서도 막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자기도 필리버스터해야 하겠다고 나선 박범계 의원은 28일 발언대에 서서 뜬금없이 ‘윤석열 검찰 총장’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고 소개한 뒤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총장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저는 불 보듯 뻔하게 (그가) 사표를 낼 것으로 예견했다”고 밝혔다. 그의 술회는 이렇게 이어졌다.

“그때 조 전 장관(조국)이 저에게 전화를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부탁이었다.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자 한다고 했더니, 이왕 쓰는 김에 단단히, 호소하듯이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그래서 저는) ‘윤석열 형’으로 시작되는 절절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조 전 장관이 리트윗을 했다. 그렇게 지켜진 윤석열 검사였다.”

박 의원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윤 총장은 ‘윤석열 표 수사’를 하고 있다. 대단히 섭섭하다.”

국회에서 행한 발언이니까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공공연히 수사 개입성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은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일이다.

“너, 신세 갚을 생각은 않고 되레 조 전 장관을 핍박하느냐. 이 의리 없는 자야.”

이렇게 말하고 싶은 듯하다. 이게 법치국가의 국회의원, 그것도 집권당의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국회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사람의 말이어도 된다는 것인가? 과문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이 사람처럼 공적인 장소에서 공공연히 법의 차별적 적용을 압박한 예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민주당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목적인가? 민주당이 군소정당을 이끌고 통과시키려는 공수처법 제정의 목적이 이런 데 있다는 것인가?

민주당의 억지에 의해 공수처법이 제정되고, 그에 따라 급급히 공수처가 설치되면 조국 씨 수사 거기로 가져가면 되겠네! 민주당, 그리고 정권의 실세들이 어쩌자고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장담하건대 이래서는 끝이 좋지 않다. 오만이나 막가기는 금방 관성이 생긴다. 당연히 갈수록 제어하기가 힘들어진다. 정권의 사람들, 지금부터라도 조심스러워질 수는 없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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