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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산관리 일원화' 조직개편…규제 장벽에 무산


입력 2019.12.31 06:00 수정 2019.12.31 06:18        박유진 기자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 차원 WM·신탁 조직 통합 추진

합방 원해도 정보교류차단장치 '차이니즈월' 최대 과제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 차원 WM·신탁 조직 통합 추진
합방 원해도 정보교류차단장치 '차이니즈월' 최대 과제


(사진 윗줄 왼쪽부터)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데일리안 (사진 윗줄 왼쪽부터)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데일리안

주요 시중은행이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을 떼어내 신탁연금 부문과 일원화에 나설 준비를 했지만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의 규제에 막혀 새 판을 짜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 협업 체계가 가속화되면서 전략 결정 목소리를 일원화하고 투자 역량을 끌어모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업권별 정보 공유에 대한 차단 문제를 풀지 못해 일부는 조직 통합 방안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올해 자산관리(WM) 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을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법리적 검토를 진행했다가 일부는 차이니즈월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통합을 포기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WM그룹 내에서 투자상품서비스(IPS) 역할을 하던 부서를 독립시킨 뒤 다시 신탁그룹과 합치는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있다.

차이니즈월이란 금융사 내 각 업무 부서 간 정보가 섞일 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장치다. 이 법에 따르면 고유재산운용업무 부서, 투자 관련 부서, 신탁업권 등에서 업무 상 정보가 섞이지 못하게 차단벽을 세워야 한다. 부서별로 사무실과 출입문 등을 같이 쓰게 할 수 없는 것이 대표 조항이다.

정보 차단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경우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회사의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고유 자산 PI부서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업금융(IB) 업무가 있다고 하면 두 업무 부서 간 정보 교류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IB 부서 직원이 PI 부서만 아는 중요정보를 알아내 자기 돈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차이니즈월이란 게 생겨났다.

최근 금융권이 증권과 보험, 은행, 신탁 등에서 '원(One) 협업 체제'를 강조하면서 각 부서별로 흩어진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매트릭스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탁 부문과 WM 부문을 일원화하려는 조직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권은 연말 조직 개편 전 비이자이익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신탁 부문에 대해 자산관리 부서와 합쳐 운영하는 게 효과적으로 판단했다. 신탁도 투자 자산의 일환으로서 자산관리 부서와 합쳐 이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차이니즈월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법리적 해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차이니즈월은 네거티브 규제 형식이라 금지되는 것들만 법에 명시돼 있고 이 외에는 가능하다. 허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이 있을 때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석을 요청할 수 있는데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 당국의 회신이 늦을 때가 많아 금융사마다 진통을 겪은 상황이다.

신탁은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주식 등의 유·무형 재산을 소비자가 스스로 관리하지 않고 금융사 등에 맡겨 운용하게 하는 종합자산관리 계약이다. 현금을 받아 주가 연동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시현하는 등의 금전식탁 계약 비중이 압도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최초로 신탁연금그룹과 WM그룹을 합쳐 자산관리조직으로 출범할 계획으로 KB국민은행도 IPS 역할을 하던 본부를 신탁본부와 합쳤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남았다. 신탁 사업의 경우 은행의 고유 업무가 아닌 자본시장법상의 규제를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차이니즈월로 엄격히 규제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의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업무의 경우 정보를 분리하는 문제가 있어 추후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신탁재산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원칙대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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