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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국민연금 경영간섭으로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입력 2019.12.27 12:12 수정 2019.12.27 12:54        이홍석 기자

기금운용위원회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

수정안 실질적으로 시민단체 의견 더 반영 지적

기업 의견 묵살에 일방적 밀어붙이기 절차도 문제

기금운용위원회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
수정안 실질적으로 시민단체 의견 더 반영 지적
기업 의견 묵살에 일방적 밀어붙이기 절차도 문제


경제계가 27일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수정안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경제계가 27일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수정안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경제계가 27일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수정안이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을 확대하게 되면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돼 국가 경제 활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 9차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에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표했던 것에서 기업과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해서 수정·보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경제계는 가이드라인 발표에 대해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활용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고 주주권 행사 강화에 앞서 정부 지배하에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 22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상장회사협의회·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함께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가이드라인에서는 당초 주주활동 대상 중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으로 분류했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평가 등급 하락 사안을 ‘중점관리사안’으로 변경했다. 사전에 기금운용본부의 ESG 평가 등급을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는 경영계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계 요청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목적이 기금의 장기 수익 및 주주 가치 제고라는 점도 명확히 규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재논의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님들과 2차례의 간담회를 가졌으며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국민연금 주주활동 목적을 기금의 장기 수익 및 주주 가치 제고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주주활동 대상을 선정할 때 해당기업의 산업적 특성 및 기업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더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수정안에 수탁자책임활동 기간을 단축하거나 바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1년 단위의 수탁자책임활동 기간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시민단체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 해임 등이 상시 추진되면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간섭이 심화될 것에 경제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뤄지며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력 강화를 꾀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개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2대주주로 있는 회사도 150개사에 이른다. 3대주주 59개사, 4대주주 24개사, 5대주주 14개사 등으로 주요 주주로 있는 회사가 266개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기금의 수익률 제고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오늘 통과된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 강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27일 자료를 통해 "기금조성의 핵심 주체인 기업 의견을 묵살하는 가이드라인 내용도 문제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강행 절차도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달 29일 회의 이후 불과 4주도 안된 시점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 수정안은 말 그대로 당초 원안을 문구상 각색하는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배 전무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해임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며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이 늘면 신산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의 활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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