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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교육논란 여전한데…고3 선거권 졸속 부여


입력 2019.12.27 03:00 수정 2019.12.27 05:22        이유림 기자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시 생기는 변화

교육환경 고려나 국민적 공감대는 없었다

선거 때마다 제2인헌고 사태 반복될까 우려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시 생기는 변화
교육환경 고려나 국민적 공감대는 없었다
선거 때마다 제2인헌고 사태 반복될까 우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3 일부 학생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갖게 된다. 선거권 연령 인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선거의 룰을 정하는 문제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선거 판세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에는 선거연령을 현행 만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만18세 인구는 56만5965명에 달한다. 또 선거법 개정안에는 이들의 선거운동과 정당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계 안팎에선 학교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이루지 않은 채 선거권을 졸속 부여한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우선 고3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대학 진학이다. 정치에 관심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만18세의 학생은 '정당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당…정의당…음…새천년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정당이다. 또 '국회의장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이하늬…할아버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배우 이하늬 씨의 외삼촌이다.

2016 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5일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다. ⓒ데일리안 2016 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5일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치에 관심도가 높지 않은 고3 학생들을 위한 유권자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런 교육 자체가 고3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이 좌파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는 '인헌고 사태'가 선거 때마다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교총 등 교육단체는 "선거권 하향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3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누가' 하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좌파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총선에 맞춰 전국 초중고 40곳에서 모의 선거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육을 과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1년을 선고받았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이끄는 단체(징검다리 교육공동체)에 위탁했다. 곽 전 교육감 역시 대표적인 좌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연령 하향조정의 목적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연령층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앞서 4월 당정청이 고3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 역시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둔 '고3 환심사기'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3 대부분은 입시 준비에 초점이 맞춰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의 정치적 영향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교육제도 역시 주입식이라 심사숙고해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교육제도를 먼저 바꾸는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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