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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데일리안 결산] 대출-폐업 악순환 늪에 빠진 자영업자들


입력 2019.12.27 06:00 수정 2019.12.27 05:59        최승근 기자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율 최대치…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 늘어

배달시장 확대에도 수익성 악화로 불안감↑…배달앱 독점체제 우려도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율 최대치…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 늘어
배달시장 확대에도 수익성 악화로 불안감↑…배달앱 독점체제 우려도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창업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창업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한 때 호황을 누렸던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 시장은 올해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하며 고초를 겪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과 주요 상권에선 여전히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임대료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업을 지탱하기 위한 대출이 늘면서 자영업자 대출과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는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의 대출 잔액은 22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조4000억원, 증가율로는 12.1%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다.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대출 중 숙박·음식업종의 연체율은 평균 0.30%로 지난해 말(0.25%)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 용도는 사업이 잘 돼 시설을 투자하기 위한 목적 보다는 사업 연명을 위한 운영자금 비중이 높았다. 빚을 빚으로 막아가며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째 지속되는 한계기업 비중도 숙박‧음식업종(35.8%)이 가장 높았다.

자영업 창업을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1%대 낮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다 보니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악성 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다 폐업을 하고 재창업을 위해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배달시장 확대에도 수익성은 악화…배달앱 독점체제 우려도

특히 올해는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컸던 한해였다. 지난해는 유명 프랜차이즈 대표의 갑질, 횡령 등 검찰 수사가 주된 이슈였다면 올해는 사업성에 대한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음식 배달 시장이 20조원대로 껑충 성장하면서 외식 시장은 확대됐지만 배달앱 수수료 등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는 결과를 맞았다.

최근 배달앱 업계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게 된 것도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배달앱 수수료나 광고비 등을 인상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배민 측은 중개 수수료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가맹점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자영업자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시장독점의 폐해가 심해질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외식업계 고질병 ‘미투 브랜드’ 난립에 배달노조 리스크도 더해져

배달원들의 노동조합 설립으로 배달앱 기업과 배달원 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자영업자들로서는 악재다. 배달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배달앱 비중이 큰 외식업계는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점포 전속 배달원을 고용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배달앱 소속 배달원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매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별다른 제재 없이 계속되고 있는 미투 브랜드 난립 현상도 외식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높이는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유행하는 브랜드의 상호와 메뉴, 콘셉트 등을 베낀 후 가맹점으로부터 가맹사업금만 받아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브랜드 문제는 2016년 대왕카스테라 사건으로 언론에 회자된 뒤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대왕카스테라의 경우 6개월 만에 30개가 넘는 유사 브랜드가 생겨났으며 최근에는 **마라, **핫도그, **쥬스, **비어, **빙수 등이 빠르게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계속된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이 잠잠해지나 했더니 올해는 배달앱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며 “최저임금과 임대료 인상, 여기에 수수료 문제까지 누적되면서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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