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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능선 넘은 '연비제' 선거법…표결만 남겨뒀다


입력 2019.12.26 02:00 수정 2019.12.26 05:15        정도원 기자

필리버스터,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종료

26일 임시회 재소집…선거법 바로 표결 절차

오전 중에 최후타협 가능성 있을지 촉각 쏠려

필리버스터,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종료
26일 임시회 재소집…선거법 바로 표결 절차
오전 중에 최후타협 가능성 있을지 촉각 쏠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위법 논란 속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가 25일 자정 회기 만료로 산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오후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전격 상정으로 시작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51시간만에 자동 종료됐다.

26일에는 새로운 임시국회가 열린다. 무제한토론이라는 최종저지선까지 넘어선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 독재의 지옥문이 열리는"(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상황을 피하기 위한 최후 대화·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는지에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한국당 재선 김태흠 의원이 최후의 토론자가 됐다. 24일 오후 7시 무렵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범여권 의원들에게 마지막 발언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듯, 5시간 가까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바꾼다고 다 개혁이냐.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개악이고 악법"이라는 말로 포문을 연 김 의원은 토론 초반 선거법·공수처법의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토론 후반부에는 문재인정권과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과 동조 정당 등에 대한 규탄으로 토론 범위를 넓혔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이라고 하는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비리 감찰 무마 의혹, 이런 것을 덮으려고 공수처를 만든다"고 규탄했다.

자정이 다가오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산회 선포를 준비하려고 주승용 국회부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의장석에 복귀하자, 김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선거법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게 문제가 없다고 하면 문 의장은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고, 존중받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아울러 "문재인정권이 총선 대패를 모면하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잔꾀를 부린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확실한 결과가 기다릴 것"이라며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도 엿바꿔먹기 식으로 뒷거래를 해 2개 악법을 강행처리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흠 마지막 토론자 나서…범여권 강력질타
박대출, 한밤중에 5시간 50분 최장 토론 기록
"문희상, 의회주의 짓밟은 '역적 동탁' 됐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의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서 지난 19대 총선 야권연대 홍보 자료를 꺼내 질타하고 있다. ⓒ뉴시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의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서 지난 19대 총선 야권연대 홍보 자료를 꺼내 질타하고 있다. ⓒ뉴시스

회기 만료인 자정이 임박하자, 의외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계속되는 김 의원의 질타에 마음이 불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좌석에서 "말같잖은 말을 하고 있다" "책임질 수 있느냐" "사과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김 의원은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한 선전선동이 있는데, 뭐가 말같잖은 말이냐"라며 "사과 못한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의연하게 맞받았다.

정확히 자정이 되자 문 의장은 "임시회 회기가 종료돼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김태흠 의원은 토론을 중지해달라"고 했다. 우려했던 불미스런 상황 없이 본회의는 이로써 산회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에는 주호영 한국당 의원을 필두로 여야 의원 15명이 차례로 연단에 올랐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5시간 50분 발언해 최장시간 토론 기록을 세웠다. 박 의원은 25일 새벽 2시 무렵 토론 순서를 넘겨받았는데도, 밤새 내내 토론을 이어간 끝에 오전 8시에 후속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기염을 토했다.

박 의원은 토론 도중 "문희상 의장은 별명이 장비였는데, 장비가 동탁이 됐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의회주의를 짓밟은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 역적 동탁이 됐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날 무제한토론이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종료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선거법 개정안은 다음 임시국회 첫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놓게 됐다. 국회법 제106조의2 8항은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회기가 끝나는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회법 따라 선거법 '지체없는 표결'만 남겨
선거법 통과돼도 한동안 국회운영 '도돌이표'
오후 본회의 앞두고 오전 중 대화가능성 주목


25일 자정이 되면서 임시국회 회기가 만료돼 본회의가 산회하고 무제한토론도 자동 종료되자,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25일 자정이 되면서 임시국회 회기가 만료돼 본회의가 산회하고 무제한토론도 자동 종료되자,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 23일, 129명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26일 임시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구해놓았다. 이론상으로는 이날 오후 2시에 열릴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바로 표결에 부쳐져 의결당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법 최종 개정안을 도출한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기타 정당 + 대안신당)'이 의석으로 이미 과반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관례와는 달리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4+1'은 바로 공수처법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국당이 다시 공수처법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시작하게 된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무제한토론을 단기간에 종료하기 위해, 이날 소집된 임시국회 회기도 27일까지로 초단기로 정하는 '쪼개기·살라미 전술'을 계속해서 펼칠 전망이다.

'법안 상정~무제한 토론~회기 종료~재소집~표결 강행'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고 30일 임시국회를 재소집해 공수처법을 의결하더라도, 다시 검경수사권조정에 필요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날치기'와 같은 모양새 연출에 부담을 느끼는 민주당이 이날 오전 한국당과 최종 물밑 교섭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중의 교섭에 가망이 보일 경우, 문희상 의장도 본회의 개의를 27일로 하루 미루는 방식으로 거들 것으로 전해졌다.

일방적 의사진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 의장은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제외되고 주승용 국회부의장과만 사회권을 주거니받거니 하고 있어, 무제한토론 와중에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자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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