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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돌아오지 못할 다리' 건널까…선거법 강행하면 '비례한국당' 탄생


입력 2019.12.26 05:00 수정 2019.12.26 05:18        이슬기 기자

거대정당엔 불리, 정의당엔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법

'비례 전문 위성정당' 나오면 거대당에 오히려 유리

민주당,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에 '골머리'

거대정당엔 불리, 정의당엔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법
'비례 전문 위성정당' 나오면 거대당에 오히려 유리
민주당,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에 '골머리'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한 연구위원으로부터 석패율제 관련 문제점을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한 연구위원으로부터 석패율제 관련 문제점을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당을 안 만들면 자유한국당이 거의 반을 쓸어갑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필요성을 언급한 문자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지난 24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25일 자정을 기해 임시국회 회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종료됐다. 26일 다시 소집예고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의 표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례 전문 위성정당'의 창당 필요성이 제기된다.

외부 전문가가 이 수석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는 연동률을 적용하는 상한인 '캡'을 15석으로 씌울 경우 민주당은 -5석, 한국당 +3석, 정의당은 변화 없고 다른 소수 정당들은 모두 1석을 추가로 얻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시지 내용대로라면, 민주당이 친여 성향의 군소정당들과 힘들게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의석수에서는 한국당이 가장 큰 이득을 얻고, 민주당이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범여권이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 거대정당에 불리하게 설계됐지만
한국당이 '비례 전문 위성정당' 만드면 아무 대책 없어
'비례한국당' 만들어지면 47석 중 29석 싹쓸이도 가능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은 현재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는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둔 상태다. 이 중 비례대표는 30석에 한해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이같은 선거법을 적용할 경우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드는데, 한국당은 늘어난다'는 분석은 한국당이 비례 전문 위성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비례한국당'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당은 지역구 의석에서 많이 당선되더라도 비례의석에서 손해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범여권이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에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배분받도록 되어 있어, 거대 양당에는 불리한 반면 군소정당들에게는 유리하게 설계돼 있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라 한국당의 지지율을 30%로 설정하고 비례한국당이 이 지지율을 모두 흡수한다고 가정하면, 한국당은 비례의석 중 29석을 석권하게 돼 의석수는 지금보다 12석 늘어나게 된다. 한국당이 최근 의원직 상실형 확정으로 잃은 의석 5석을 갖고 있다면, 한국당+비례한국당 의석수는 125석으로, 129석의 민주당에 맞먹게 된다.

與, '비례민주당' 고민 시작할까
권성동 "민주당, 비례민주당 만들지 말고 선거법 책임져라" 엄포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례민주당을 계속해 거론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비례한국당에 맞대응해 비례민주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24석을 차지해 전체 의석수는 140석을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 비례한국당의 비례의석수는 19석으로 줄어 전체 의석수는 115석에 그치게 된다.

만약 거대 양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설립한다면, 가장 큰 의석수 증대를 기대하고 여당에 협조해왔던 정의당의 의석은 오히려 1석 감소하게 된다. 여권 내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 역시 그동안 한국당의 위성정당 설립 계획에 대해 '꼼수'라고 비판해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저건 꼼수이기 때문에 (비례민주당을 만들 생각이 없다)"며 "그런 꼼수 가지고 찌질하게 하면 국민들이 저 찌질한 정당을 누가 선택하겠냐"고 했었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 24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대응할 것임을 선언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희상 의장과 독재 권력 하수인인 군소정당, 여당의 합작품인 반(反)헌법적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어쩔 수 없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선거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민주당을 향해 "여러분은 절대로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말라. 여러분들은 이 개정안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만약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여러분들은 정당을 해체하라"고 견제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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