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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 대출 中企 부실 차단 특명…시중은행 컨설팅 강화 러시


입력 2019.12.26 06:00 수정 2019.12.26 12:02        박유진 기자

5개 은행 자영업자 대출 9개월 새 13조 늘어 230조 곳간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늘어

경기침체 폐업 리스크 전이될까…경영 컨설팅 나선 은행

5개 은행 자영업자 대출 9개월 새 13조 늘어 230조 곳간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늘어
경기침체 폐업 리스크 전이될까…경영 컨설팅 나선 은행


경기침체 등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직접 경영 컨설팅 업무에 뛰어들고 있다.ⓒ데일리안 경기침체 등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직접 경영 컨설팅 업무에 뛰어들고 있다.ⓒ데일리안


대형 은행들이 200조원까지 불어난 자영업자(SOHO) 대출의 부실 리스크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컨설팅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리고는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 리스크가 우려돼 은행마다 경영 컨설팅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5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이 자영업자(SOHO)에게 내준 대출 잔액은 234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220조9000억원) 대비 13조2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에 신 예대율 규제로 중소기업 대출 시 은행의 영업에 유리해지면서 너도나도 관련 대출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대출만큼 연체 리스크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많이 하는 업종에 대해 5대 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금은 산업별로 도·소매업이 313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0%, 숙박·음식업은 1146억원으로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 기준 숙박·음식업종 평균 0.30%로 지난해 말(0.25%)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도·소매업은 평균 0.36%로 지난해 말(0.33%)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은행권은 정부 규제 등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가계대출 취급이 어려워져 생산적금융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모드에 집중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영 위기 시 은행에까지 부실이 전이될 수 있어 창업 컨설팅센터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KB국민은행이 발 빠르게 소호 컨설팅 센터를 설립한 이후 올해에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센터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각각 자영업에 뛰어들 예정에 있거나 이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창업과 관련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상권 분석부터 마케팅, 업종전환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익성 분석 없이 무턱대고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없도록 집합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1주일에 3시간씩 8주간 교육하는 장기 집합 교육 프로그램인 신한소호사관학교도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 9월 개소한 이 컨설팅을 통해 333명의 자영업자가 교육을 마쳤다. 성공한 자영업자와 창업가 등을 연계해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하는 게 차별점이다.

정성윤 신한은행 소호본부 과장은 "자영업자마다 실제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하는 수요가 커 성공한 자영업자 25명을 뽑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성공의 기준에는 매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높은 사장님들이 많다. 고깃집에 스타일러와 같은 의류 소독기기를 설치하거나 음식 배달 때 고객이 결제할 카드를 가지러 간 사이 신발 정리와 같은 사소한 서비스 정신만 있어도 매출은 오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이 같은 컨설팅 센터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대출을 주요 업무로 이자수익을 얻는 은행 입장으로선 컨설팅을 핑계로 홍보 업무를 벌일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자영업자 인큐베이팅 차원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센터 교육 때 은행 로고 등의 전시물을 모두 없애버리고, 영업점에서 간단한 대출 안내장을 요청해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금융 상담 시 은행의 대출뿐만 아니라 노란우산공제나 정책자금, 이차 보전 사업 등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등을 포함한 4대 업종의 자영업자 폐업률은 89.2%를 기록했다. 자영업 폐업률 통계는 그해 창업을 마친 개인사업자 수 대비 폐업을 선언한 개인사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경기침체 등에 따라 폐업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을 찾아 컨설팅을 이어가려는 위기의 자영업자도 많아진 추세다.

국민은행 소호컨설팅센터의 컨설팅 건수는 최근 1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연도별 건수는 2016년 169건, 2017년 591건, 2018년 749건, 2019년 12월 23일 기준 1600건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서울 지역에서 3개 컨설팅 센터를 오픈한 신한은행 또한 오픈 직후부터 자영업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 신청 건수는 이달 18일 기준 313건으로 상담은 278건이 진행됐다.

정 과장은 "단순히 외형적 실적에 의존해 컨설팅 건수만 늘리고자 했다면 세미나만 개최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며 "컨설팅을 통해 창업에 드는 비용이 4000~5000만원 씩 절감되는 사례도 존재하는 만큼 매일이 힘겨운 도전인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관련 사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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