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자율 높은 장기 예금 '손사래'…신한·국민 리딩뱅크 경쟁 '민낯'


입력 2019.12.24 06:00 수정 2019.12.23 20:59        부광우 기자

신한·국민銀 잔여 만기 3년 이상 예금 올해만 4000억↓

'저금리 심화' 이자 부담 축소 움직임에 불리해진 고객들

신한·국민銀 잔여 만기 3년 이상 예금 올해만 4000억↓
'저금리 심화' 이자 부담 축소 움직임에 불리해진 고객들


국내 4대 은행 잔존 만기 3년 초과 정기 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잔존 만기 3년 초과 정기 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만기 3년이 넘는 장기 예금 상품 규모를 4000억원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장기 예금을 둘러싼 은행의 부담이 커지자 관련 영업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 보면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을 찾기 어려워진 셈으로, 국내 1등 타이틀을 두고 벌이는 두 은행의 비용 절감 경쟁에 소비자들까지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정기 예금 가운데 잔존 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잔액은 총 2조892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9303억원)보다 1.3%(37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흐름이 크게 엇갈렸다. 기존에 장기 예금을 많이 팔던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를 크게 줄인 모습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만기가 3년 넘게 남은 예금은 같은 기간 1조5165억원에서 1조2317억원으로 18.8%(2848억원) 급감했다. 신한은행 역시 6487억원에서 5364억원으로 잔여 기간 3년 초과 예금이 17.3%(1123억원)나 감소했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해당 예금은 대폭 늘었다. 하나은행은 4921억원에서 758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730억원에서 3656억원으로 각각 54.2%(2667억원)와 33.9%(926억원)씩 잔여 만기 3년 초과 예금 보유량이 증가했다.

장기 예금은 통상적으로 단기 예금에 비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금리가 높다. 고객이 더 오랜 기간 돈을 맡기겠다고 약속한 만큼, 은행들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좀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기준금리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장기 예금 확대에 따른 은행들의 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와중 장기간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을 팔면 그 만큼 이자 마진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생각보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 경우 자칫 은행이 역마진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은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에 직면한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더 나아가 조만간 역대 첫 0%대 기준금리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에 국내 금융권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그 횟수가 한 차례일지 두 차례일지가 관심사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를 밑도는 한은 기준금리가 현실화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금융 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글로벌 금리 흐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금리 인하다. 또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7개국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정책금리를 내렸고, 그 중 7월 이후에만 15개국이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역시 올해 10월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 1.75~2.00%였던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과 9월에 이은 세 번째 금리 인하로, 올해만 총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런 여건 상 은행들의 장기 예금 판매는 점점 더 위축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예금 이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많은 고객을 가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각 은행을 중심으로 리딩뱅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으로서는 이자 마진 관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두 라이벌의 핵심 계열사인 각 은행들이 비용 부담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가 그룹 수익성 개선에 중요한 포인트여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각각 2조8960억원와 2조77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팽팽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낮은 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환경에서 그나마 조금 나은 이자를 받을 수 있던 장기 예금의 혜택마저 축소되는 추세"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가장 큰 이익을 거두고 있는 업계 선두 조직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은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