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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우파는 대동단결하라


입력 2019.12.23 09:00 수정 2019.12.23 08: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비례한국당 절묘한 아이디어

보수 살린다며 분열시키진 말아야

원로들만의 모임으론 희망 없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비례한국당 절묘한 아이디어
보수 살린다며 분열시키진 말아야
원로들만의 모임으론 희망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비례한국당’ 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이른바 ‘4+1 협의체’라는 데서 기어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한다면 한국당으로서는 비례대표의석 확보를 위한 쌍둥이정당 혹은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올해의 히트 아이디어’라고 할 만하다. 4+1 협의체로서는, 그러잖아도 내부 이견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인데 한국당이 허를 찌르고 들어옴으로써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당이 그런 탈법적이고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는 망언을 할 수가 있나”고 한국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충격이 크다는 반증이겠다.

비례한국당 절묘한 아이디어

심 대표는 우리 정치체제 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이 얼마나 교활한 꼼수인지를 스스로 잘 알 법한 사람이다. 이 억지스런 제도를 도입해 정당존립의 안정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도 아니던가. 정의당의 그 욕심은 당연한 것이고 한국당의 계산은 ‘망언’이라는 이런 아전인수격 주장을 어떻게 공공연히 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 권력분립 체제에서, 행정부는 승자독식체제를 유지하고 입법부만 비례대표제를 두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런데 거기에 더 나아가 연동제까지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는’ 욕심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고 요령껏 선거운동을 하면 그야말로 양손의 떡을 다 챙길 수가 있다. 민주당이나 정의당이나 과거 다른 이름의 정당일 때 선거연대라는 것을 해 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당이라고 비례한국당과 그렇게 하지 못하라는 법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도 유세현장에서 교통정리를 할 수가 있다.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부산 중‧동‧영도구에서는 민주정의당 윤석순, 민한당 김정길, 신민당 박찬종, 국민당 노차태 4자 대결이 벌어졌다. 2인을 뽑는 선거였던 만큼 여당의 윤 후보는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였다. 나머지는 1석. 민한당 김 후보는 자신이 신민당 박 후보의 경쟁상대가 되기 어렵다고 여기는 빛이었다. 그래서 유세 때마다 “다른 곳에 가서도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는 박 선배가 왜 하필이면 여기 출마했느냐”며 원망을 하곤 했다.

그런데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판세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아버지는 박 후보, 어머니는 김 후보’ ‘큰 자녀는 박 후보, 작은 자녀는 김 후보’라는 식으로 두 후보가 유세에서 교통정리(?)를 해 준 바람에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분명해졌다. 결과는 김‧박 후보의 당선, 윤‧노 후보의 낙선의 이었다(박찬종 전 의원은 자신이 준 아이디어라고 했다. 김정길 전 장관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정말로 4+1 협의체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한국당도 비례한국당을 만들 게 틀림없다. 그렇게 대응하지 않으면 연동제가 적용되는 30석의 비례대표는 단 1석도 얻지 못할 것이다. 현행 배분제도가 적용되는 20석 중에서도 많아야 6~7석에 그친다.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한국당의 지원 하에 정당득표율 20%만 올린다해도 정의당 등 군소정당에 비해 월등히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데도 왜 정당투표용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는가.

보수 살린다며 분열시키진 말아야

반면에 민주당은 비례민주당을 만들 수가 없다. 4+1 협의체 해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키면 민주당은 제2당으로 내려앉는다. 그걸 면하려면 4+1 협의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선거법 개정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자연 공수처 설치법도 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도 난관에 봉착하기는 마찬가지다. 조금의 성과라도 거두려면 민주당은 제2의 원내교섭단체를 배제한 채 군소정당들과의 뒷거래 식 국회운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당당히 한국당과 협상을 벌여야 옳다. 그게 민주의정(民主議政)의 바른 길이다.

한편 비례한국당 창당 가능성 언급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신당 혹은 신정치세력 조직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비례한국당 때문이라기보다는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쪽의 움직임도 속도를 더해갈 전망이다.

이미 ‘국민통합연대’라는 단체가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청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고됐다. 아예 ‘비례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쪽저쪽에서 중도‧보수신당 창당의 목표아래 움직인다고 들린다. 총선을 앞둔 자연스런 현상일 수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갈래가 더 많아지는 지도 모르겠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보수를 되살리자”는 기치로 오히려 보수 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걱정을 금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국민통합연대’의 공동대표로 언론에 보도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물론 개개인으로는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이 나라의 보수정치세력을 대표할 만한 경륜과 자질을 갖춘 인사들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로들만의 모임으론 희망 없다

그러나 첫눈에 이건 ‘남성 위주의 원로원’이다. ‘권위’의 냄새가 풀풀 난다. “그러니까 보수세력은 갈 데 없는 남자 노인집단이지!”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500명으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보나마나 대부분은 노년층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공동대표 가운데 청년‧여성이 한사람 씩 쯤이라도 있을 텐데 그게 아니다. 중도‧보수 세력을 아우른다고 하겠지만 세대와 양성을 아우르는데도 힘이 부치는 진용 아닌가.

이왕 말을 하기로 했으니 말인데, 제각기 다른 깃발을 꽂기보다는 일단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순서다. 저마다 자신들의 정의(正義)를 주장하면 중도‧보수 국민들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해도 선거에서 지면 할 말이 없게 된다.

당연히 자유한국당도 중도‧보수의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우파 정치세력의 재기, 이들의 최종적 승리를 추구하는, 역량 있는 인사들을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노력이 긴요하다.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이들과 가치‧이념‧목표‧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 중심에 한국당이 있고, 그 밖으로 이중 삼중의 외곽 세력이 진을 치는 구조다. 물론 동심원들 사이엔 벽을 허물고 인적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원로들의 지혜와 영향력을 적극 활용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정치의 국외자, 방랑자가 되게 하는 것은 자유우파의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다.

‘내 몫’에 집착하지 않으면 자유우파의 대동단결은 가능하다. 자신의 몫을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 존경과 박수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기회를 남에게 양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없는 희생정신과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을 오히려 폄훼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자유한국당 리더들, 유력자들의 자기희생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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