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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주의' 고맙다는 정찬성, 경의 표한 에드가


입력 2019.12.23 00:01 수정 2019.12.23 09:1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압승에 취해서도 메인이벤트 받아준 에드가에 '사의'

일방적 패배에도 엄지 치켜들며 정찬성에 '경의'

[UFC 부산] 22일 정찬성과 에드가 경기 후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UFC 부산] 22일 정찬성과 에드가 경기 후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와우!”를 외치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찬성(32)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패자’ 프랭키 에드가(38·미국)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했다.

정찬성은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부산’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UFC 레전드로 꼽히는 에드가를 1라운드 3분 18초 만에 TKO로 꺾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 여 관중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정찬성은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과 화끈한 타격의 힘을 과시하며 완승했다. 에드가는 커리어 사상 두 번째 TKO패.

지난 6월 ‘난적’ 헤나투 모이카노(브라질)를 58초 만에 TKO로 꺾은데 이어 ‘랭킹 4위’ 에드가까지 1라운드 만에 완파한 정찬성은 “(챔피언)볼카노프스키와 붙고 싶다”며 타이틀샷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부산’은 정찬성의 대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정찬성에 집중됐다. 홈에서 팬들에게 승리의 약속을 지킨 정찬성은 자신을 짓눌렀던 ‘홈 승리’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포효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도 정찬성은 큰 소리로 “와우!”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메인이벤트 참가를 결정한 에드가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정찬성은 계체량 행사에서도 기자회견에서도 에드가에게 “UFC 부산 대회를 살린 에드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승패에 따른 손익을 따지기보다 호전성과 근성으로 참가를 결정한 에드가에 힘입어 성사된 메인이벤트 덕에 UFC 부산은 1만 여 관중이 들어차며 흥행에 성공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승패에 따른 손익을 따지기보다 호전성과 근성으로 참가를 결정한 에드가에 힘입어 성사된 메인이벤트 덕에 UFC 부산은 1만 여 관중이 들어차며 흥행에 성공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당초 상대였던 ‘랭킹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가 대회를 2주 남겨 놓고 훈련 중 부상으로 이탈, 정찬성의 메인이벤트는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오르테가 부상 소식을 접한 에드가는 다음달 밴텀급 데뷔전을 앞두고도 직접 UFC 측에 “정찬성과 싸우고 싶다”며 파이터다운 호전적 태도를 보였다.

오르테가 이탈에 실망했던 정찬성은 “에드가라 다행이다”라고 했고, 한국 팬들도 “오르테가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에드가라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선수”라며 환영했다. 승패에 따른 손익을 따지기보다 호전성과 근성으로 참가를 결정한 에드가에 힘입어 성사된 메인이벤트 덕에 'UFC 부산'은 1만 여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최저 티켓가 9만6000원).

정찬성으로서는 레전드급으로 분류되는 에드가라는 ‘대어’를 낚고 커리어를 살찌우며 타이틀샷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섯 쌍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체력과 최정상급 레슬링 기량을 자랑하는 에드가는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UFC 라이트급 챔피언·페더급 랭킹 1위까지 오른 UFC 명예의 전당 헌액이 유력한 파이터다.

UFC 레전드 에드가.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UFC 레전드 에드가.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런 에드가는 일방적인 패배를 당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정찬성에게 경의를 표했다. 에드가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남자답게 이기고, 또 남자답게 지는 것이 승부다. 대단한 퍼포먼스를 펼친 정찬성에게 경의를 표한다(Hats off to the @KoreanZombie on a great performance)”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승자에게 화끈하게 찬사를 보내는 에드가는 정녕 레전드다. 챔피언에 등극하고 방어전조차 치르지 않고 자기 수익 쫓기에 함몰된 파이터나 흥행에 양념 역할도 못하는 수준의 트래시 토크를 남발하는 일부 파이터들에게서 받기 어려운 감동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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