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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K7 없어서 못 파는데...기아차 노조 "돈 더 달라" 파업


입력 2019.12.18 11:47 수정 2019.12.18 14:53        조인영 기자

노조, 임단협 빌미로 대화 버리고 파업 택해…신차 출고 차질 우려

노조, 임단협 빌미로 대화 버리고 파업 택해…신차 출고 차질 우려

3세대 K5 주행장면. ⓒ기아자동차 3세대 K5 주행장면.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화 대신 무력으로 2019년 임금·단체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측이 반응하지 않으면 파업 시간을 더 늘리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한참 잘나가는 K5·K7 신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주목된다.

18일 기아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날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특근과 잔업도 거부했다. 주간조와 야간조는 18일에 각각 2시간씩, 19일엔 4시간씩 파업을 진행한다. 20일까지 노사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파업 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의 태도 변화는 올해 임단협 부결 때문이다. 앞서 기아차는 지난달 노조 집행부가 새로 들어선 후 2019년 임단협을 마무리짓기 위해 11월 말 교섭 재개 후 2주 만에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영환경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대응 등 대내외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연내 임금협상을 마무리짓자고 독려했다.

그러나 "현대차 수준보다 못하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잠정합의안은 지난 13일 부결됐다. 이번 찬반투표 결과는 강성 성향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노조 집행부는 16일 담화문을 통해 사측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대화 대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 노조는 18일·19일 양일간 파업을 예고하며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기아차 노조의 태세전환에도 임단협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통상 기아차 임단협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타결돼온 데다 만일 회사의 2차 제시안이 현대차 합의안을 넘어설 경우, 이를 빌미로 현대차 노조가 다음 임단협에서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지난 3월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1·2심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을 동일 적용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현대차 노사는 대화 끝에 사측이 '격려금'과 '우리사주' 명목으로 노조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현대차의 '격려금'과 '우리사주'가 사실상 통상임금 미지급금 소급분 개념임을 감안하고 제외하면 나머지 내용은 기아차 1차 합의안과 유사하다.

여기서 기아차 노조가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격려금' 형태로 임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면 현대차 노조 역시 다음 임단협에서 기아차만큼 달라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각자의 논리를 앞세워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아차 사측은 현대차 합의안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제시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갈등만 조장할 경우 K5, K7 등 신차 생산계획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지난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된 K7은 수요가 월평균 6000대를 크게 넘어서며 월간 생산능력인 5900대를 초과하고 있다. 풀체인지 모델인 K5는 사전계약 실시 후 출시 직전까지 1만6000대를 돌파하며 대기 수요를 예고하고 있다. SUV 모델 셀토스, 모하비 역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지난해 신차 공백 후 올해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기아차는 1대라도 더 많이 팔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가 돌연 파업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향후 신차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상황을 고려할 때 기아차 2차 제시안이 1차안 보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조는 불필요한 출혈을 지양하고 연내 타결을 위한 대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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