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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탁 판매 불허한 금융당국…손실률 상한선 상향조정 검토


입력 2019.12.04 06:00 수정 2019.12.03 20:38        박유진 기자

연 4조 이자 주던 주가연계신탁(ELT) 은행서 판매길 막혀

금융당국 원금손실 20% 이상 '고난도투자상품' 수위 조절

연 4조 이자 주던 주가연계신탁(ELT) 은행서 판매 막혀
금융당국 원금손실 20% 이상 '고난도투자상품' 수위 조절


연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투자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규탄 집회를 가진 모습ⓒ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연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투자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규탄 집회를 가진 모습ⓒ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원금 손실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았다가 각종 투자 상품의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한 은행권이 결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징벌적 처분을 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상품' 등에 대해선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내부 결론을 낸 상태다.

다만 판매 금지되는 고위험상품 원금 손실률 기준을 20%로 둘 것인지, 그 이상으로 둘 것인지는 협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으로 금융권의 반발이 심해 상향 조정될 여지가 나온다. 대책 발표 이전 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던 전문가들 또한 과도 규제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에서 판매되는 신탁의 편입 자산이 공모든 사모 형태든 원금 손실률이 20~30%를 넘으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존 대책안을 원칙대로 고수키로 했다.

앞서 은행권은 원금 손실 위험성이 높은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았다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해 투자자 분쟁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에 따라 은행들은 상품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 투자자의 이해가 낮은 상품, 원금의 20~30% 이상이 손실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고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신탁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은행권은 신탁 안에 들어가는 편입 자산에 대해 규제가 엄격한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대부분 편입하는 주가연계증권신탁(ELT)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실상 신탁만은 판매하게 해달라는 요청이지만 금융당국은 내부적으로 이를 거절키로 결론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탁은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는 계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대일 계약이자 투자자보호 규제가 느슨한) 사모로 봐야 한다"며 "내부적으로는 판매 금지 원칙을 지키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은행권 과도 규제라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제한하는 조치로 약 6조원의 사회적 부가가치가 축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판매한 ELT의 연 이자 수익은 4조원 정도로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축소되게 됐다"며 "은행과 증권사에서 거두던 관련 수수료 수익 또한 1~2조원에 가까워 최소 6조원의 부가가치가 사회에서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발표 방안 중 내놓은 '고위험상품 손실률 규정 20~30%'를 재조정하는 방안의 여지를 남겼다. 은행에서 원금 손실률이 20% 이하인 금융 상품만 판매하게 할 것인지 그 손실 선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금융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 중인데 의견 개진에 나선 전문가들은 상향 조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DLF 대책 방안에 의견을 전달했던 한 전문가는 "고난도상품의 개념이나 원금 손실 20~30% 규정에 대해 (금융위가) 어떠한 정보를 준 적 없고 대책이 나온 이후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사모펀드로 촉발된 문제를 나머지 상품에까지 묶어 규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소비자 단체들 또한 이번 대책을 과도한 규제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DLF 분쟁의 근본적 원인은 은행 일반 창구에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던 관행이었다"며 "판매자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판매 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리면서 은행의 판매권 제한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까지 제한해 이는 금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책은 사실상 국내 DLF와 같은 펀드 사태가 터진 해외에서 내놓은 소비자보호 방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노르웨이 등에서는 DLF 사태와 유사한 펀드 손실 분쟁이 일어난 바 있고, 당시 현지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일반 투자자에게 DLF처럼 복잡한 상품을 팔 수 없게 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2년 금융당국의 요청을 받아 작성한 학술연구용역보고서에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해외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판매 제한 조치를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해외의 경우 일종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과 같은 영업정지 처분만이 있고, 분쟁에 대한 법적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상품 취급을 일시 금지한 사례가 있다"며 "향후 동일 상품,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이번 규제로 인한 차익이 발생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증권사 객장에서 ELS를 판매할 때와 신탁으로 ELS를 취급할 때 규제가 일치하지 않다면 이 부분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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