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구하고 국민 살릴 '신기묘산의 책략'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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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2월 06일 21:02:57
    "나라 구하고 국민 살릴 '신기묘산의 책략' 나왔다"
    일괄 필리버스터, 199개 안건 무제한토론
    한국당 내에선 "제2의 인천상륙작전" 평가
    '선거제 개악·공수처 악법' 위기 일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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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1-30 05:00
    정도원 기자(united97@dailian.co.kr)
    일괄 필리버스터, 199개 안건 무제한토론
    한국당 내에선 "제2의 인천상륙작전" 평가
    '선거제 개악·공수처 악법' 위기 일거 반전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자유한국당이 일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을 결행했다. 한국당 내에선 "'선거제도 개악과 공수처 악법 통과의 위기'에 놓였던 정국을 일거에 전환하는 '신기묘산의 책략'이며, 제2의 인천상륙작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오후 본회의에 부의된 199개 안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요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이 놓인 상황은 객관적으로 암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3일 공수처법이 자동 부의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으며, 문희상 국회의장도 여권과 입장을 같이 하는 듯 보였다.

    2020년도 예산안은 예결위 소소위 심사가 다소 지체되고 있으나 내달 5~6일까지는 성안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 예산안과 함께 선거법과 공수처법 상정을 강행하면, 한국당은 그 때 가서 필리버스터를 한다 해도 4~5일 싸우는 게 고작이었다.

    국회법 제106조의2 8항에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내달 10일 정기국회가 폐회되기 때문에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이 때 함께 끝난다.

    게다가 국회법 제106조의2 8항 단서는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임시국회를 재소집하면 '지체없이' 표결에 부쳐지는 절망적 상황에 내몰리는 셈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였던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당은 국면 전환을 위한 '한 수'를 내놓았다. 199개 안건에 대한 일괄 무제한토론 요구서 제출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 1항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해 요구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실시할 수 있다"가 아닌 "실시해야 한다"라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국회의장도 재량이 없다.

    199개 안건에 대해 일괄 무제한토론이 신청됐지만, 각각의 안건은 하나하나가 개별 안건인만큼 당연히 무제한토론도 각각의 안건에 대해 하나씩 해야 한다. 199개 안건을 차례대로 무제한토론을 하다보면 정기국회 폐회를 넘어서 20대 국회의원 임기만료일인 내년 5월 29일까지 토론도 가능하다.

    토론을 하지 못한 안건은 회기 종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토론을 요구할 수 있다.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회기가 끝나면 종결 선포로 간주되지만, 실시하지조차 못한 채 회기가 끝난 것은 해당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몇 번이든 새로 임시국회를 소집하더라도 199개 안건을 일일이 무제한토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종결 시도하려 해도 안건당 24시간씩 필요해
    199개 안건 무제한토론 종결에는 199일 걸려
    "낙동강까지 밀렸는데…'신기묘산의 책략'"


    ▲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199개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홍익표·이재정 의원이 항의하며 취재진과 뒤엉켜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9개 안건 일괄 필리버스터 요구가 '신기묘산의 책략'이라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국회법 제106조의2 3항 단서는 "(해당 안건에 대해) 의원 1명당 한 차례만 토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199개 안건에 대해 차례대로 무제한토론을 하는 경우에는 '재등판'도 가능하다. A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한 것이지, B안건에 대해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 108명이 199개 안건에 대해 1인당 1시간씩만 무제한토론한다고 해도 2만1492시간을 끌 수 있다. 만 2년 165일이다. 물론 그 전에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다.

    이에 맞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통과를 노리는 여권의 대응 전략으로는 국회법에 규정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가 거론되지만 '수'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 5항에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를 제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 자체는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하다.

    국회법 제106조의2 6항에서는 "무제한토론 종결동의가 제출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에 표결하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첫째로, 범여권이 재적 5분의 3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현재 국회 재적은 295명이므로 재적 5분의 3은 177명이다. 한국당 108명,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15명, 우리공화당 2명, 보수 성향 무소속 서청원·이정현·이언주 의원을 빼면 167명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이나 모자라서 일부 회유나 이탈이 있더라도 종결동의가 불가능하다.

    둘째로, 범여권이 재적 5분의 3을 억지로 만들어내더라도 의미가 없다. 종결동의는 동의가 제출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에 표결한다. 199개 안건에 대한 일괄 무제한토론을 24시간씩 걸려 하나하나 종결동의하는데는 199일이 걸린다. 물론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먼저 만료된다. 당연히 '선거제도 개악·공수처 악법' 시도도 자동적으로 무산된다.

    범중도·보수 진영에서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살리는 '신기묘산의 책략'"이라는 경탄이 터져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당 한 의원은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는데 인천상륙작전이 결행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묘책 낸 주호영, '연막 작전'으로 보안 유지
    한국당 필리버스터 '1번 타자'로 나설 전망
    "민주당, 야욕 접고 민생·안전법 처리해야"


    ▲ 199개 안건에 대한 일괄 필리버스터 요구라는 묘책은 원내대표·원내수석과 특임장관·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지내 원내 전략에 해박한 4선 중진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199개 안건에 대한 일괄 필리버스터 요구 계책은 한국당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생각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원내대표·원내수석과 특임장관·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지내 원내 전략에 해박한데, 평소 즐겨쓴 "늙은 말이 길을 잘 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대로 묘책을 냈다는 평가다.

    주 의원은 이같은 계책을 낸 뒤에도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필리버스터는 임시회든 정기회든 그 회기만 행사할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중진의원 회동에서 "(범여권에서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하는 등 교묘한 '연막 작전'을 펼쳤다.

    이 계책이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전달된 뒤에도 한국당은 '보안 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단식 8일차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황교안 대표는 "다시 단식장으로 가겠다"고 하다가, 나경원 원내대표로부터 이같은 계책을 보고받은 뒤에야 미음을 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묘책을 낸 주호영 의원은 한국당 지도부의 배려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필리버스터 '1번 타자'로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의총을 거듭했지만 뾰족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한 집권 세력은 외통수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허를 찔린 집권 세력은 '야당이 민생법안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비판 여론 조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악·공수처 악법 저지가 중차대하다'는 입장인 한국당이 이같은 전략에 굴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한국당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강행을 포기한다면 민생법안·안전법안은 즉시 처리가 가능하다"며 역공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악·공수처 악법 시도를 단념해야 한다"며 "지금 민생법안·안전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모두 민주당의 선거제·공수처 야욕 때문이다. 이것만 포기하면 민생법안·안전법안은 즉시 처리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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