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계류돼 있는 법안만 40건…규제 '재난'에 유통업 '수난'


입력 2019.12.02 06:00 수정 2019.12.01 20:20        최승근 기자

대형마트3사, 3분기 누적 영업익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

소비트렌드 바뀌고 온라인 시장 커졌지만 규제 논리는 10년 전 그대로

대형마트3사, 3분기 누적 영업익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
소비트렌드 바뀌고 온라인 시장 커졌지만 규제 논리는 10년 전 그대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온라인과의 경쟁과 강화되는 정부 규제로 대형마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이마트 갈수록 치열해지는 온라인과의 경쟁과 강화되는 정부 규제로 대형마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이마트

대형마트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과의 경쟁으로 갈수록 수익성은 악화되는 가운데 각종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신규 출점 등 국내 사업 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마저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의 부진으로 투자 여력도 감소하는 모양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매출액은 2.4%, 영업이익은 45.5%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영업이익률은 2.0%로 1000원을 팔아 20원을 남긴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3분기 누적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0.8% 증가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그나마 해외 사업이 360억원 흑자를 내면서 국내 380억원 적자를 상쇄했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업이익은 1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1% 줄었다. 국내 대표 대형마트 3사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최소 절반가량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급증한 탓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유통업에서 신규 출점 등 사업에 제동을 건 정부의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1월 영업시간 제한 및 한 달 2회 의무휴업 규제가 적용된 이후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매년 더해지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41건에 달한다. 19대 국회에서도 60여건이 발의된 것을 포함하면 19대와 20대 국회에서만 100건이 넘는 숫자다.

당장 내달 28일부터는 신규 점포 출점 시 의류·가구·완구 등 전문소매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해 해당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기존 음식료 등 종합소매업종에서 전문소매업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대부분 대형마트 점포 내 의류, 가구, 완구 전문점이 입점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신규 출점 문턱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기준만 해도 주요 상권 출점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내년부터는 사실상 점포를 내지 말라는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진 점포 효율화 과정에서 신규 출점 보다는 오히려 폐점하는 점포가 더 많은 상황이다.

규제에 대한 근거는 여전히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 보호다. 정부는 2010년대 초기 규제가 적용됐던 당시와 현재도 같은 근거를 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이 전체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당시 유통업계 강자로 여겨졌던 대형마트 마저 온라인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일배송이 대부분 가능해지면서 온라인쇼핑업체들도 수산, 정육,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논리는 거의 10년간 변함이 없다”며 “온라인 시장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했는데 온라인시장이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분석 없이 기존 논리만 내세우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내수 부진의 여파와 현지 사정 문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마트의 경우 2015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호점을 준비 중이지만 현지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3분기 말 기준 인도네시아 46개, 베트남 14개 등 60개 해외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연말까지 인도네시아 4개점을 추가로 오픈해 50호점을 달성할 계획이다.

반면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사업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전히 국내 사업 매출 비중이 큰 상황이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면 해외투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대형마트 사업 외에도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와 노브랜드, 이마트24 등 다양한 유통 전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투자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