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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강성노조' 시대 끝내나…지부장 선거 '실리'성향 후보 1위


입력 2019.12.02 06:00 수정 2019.12.01 20:20        박영국 기자

고용불안 속 '강성 일변도' 집행부에 대한 피로감 반영

3일 실리 VS 강성 두 후보 간 결선투표

고용불안 속 '강성 일변도' 집행부에 대한 피로감 반영
3일 실리 VS 강성 두 후보 간 결선투표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11월 28일 진행된 제8대 지부장 선거에서 투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11월 28일 진행된 제8대 지부장 선거에서 투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8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 선거에서 실리·중도 성향의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2015년 이후 4년간 이어온 현대차 강성노조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일로 예정된 현대차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상수 후보와 문용문 후보가 맞붙는다.

앞서 지난달 28일 4명의 후보를 놓고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이 후보와 문 후보는 각각 35.7%와 31.7%의 지지를 받아 다득표 1,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조합원 5만660명 가운데 4만3719명(투표율 86.3%)이 투표에 참여한 1차 투표에서 이 후보는 1만5607표, 문 후보는 1만3850표를 얻었다. 두 후보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1차 투표에서 다득표 1위를 기록한 이상수 후보가 실리·중도 성향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실리·중도 노선의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의장으로 2009년 3대 집행부에서 수석부지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차 투표에 입후보한 4명 중 나머지 3명은 강성 노선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으며, 실리·중도 성향인 이 후보가 강성 후보 3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5년 11월 ‘금속노동자민주연대’를 이끌던 박유기 지부장의 당선을 기점으로 강성 집행부 체제를 이어왔다. 2017년 9월 출범한 현 집행부도 강성 노선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하부영 지부장이 이끌고 있다.

그 사이 올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나 임금협상(임협) 교섭 과정에서 잦은 파업으로 진통을 겪어 왔고 2017년 임단협의 경우 해를 넘겨 이듬해 1월에서야 타결되기도 했다.

이상수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4년 만에 강성노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 정체와 각국의 무역장벽 강화, 미래 자동차 트렌드 대응이라는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노사 화합 분위기를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 고용 불안 해소, 조합원 고용 안정,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 실리 확보, 장기근속 및 특별채용 조합원 차별 철폐, 투명경영 견인 등을 제시했다. 무리한 요구조건을 앞세워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강경 투쟁보다는 ‘고용 안정’과 ‘합리적 노동운동’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했다고 해서 결선에서도 우위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차에서 탈락한 나머지 두 후보도 강성 노선이었던 만큼 결선에서 강성 노선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문용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후보는 울산 1~5공장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인 반면, 이 후보는 아산, 전주 등 다른 지역 공장이나 남양연구소, 정비, 판매 등 비생산직과 모비스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쪽에서 문 후보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이다.

문 후보는 강성 성향의 현장조직인 ‘민주현장투쟁위원회’ 소속으로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4대 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7년 7대 지부장 선거에서도 결선까지 올라 하부영 현 지부장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시니어촉탁 폐지, 단계적 정년 연장, 특채자 차별 철폐, 컨베이어수당 인상, 신인사제도 폐지, 기술직 반차 도입, 노동시간 단축, 4차 산업혁명 고용전략 수립 등 비용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사측에 큰 부담을 줄 만한 내용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선거에서 실리·중도 성향의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각국의 무역장벽 강화와 자동차의 전동화 등 고용불안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잦은 파업으로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온 기존 집행부들에 대한 피로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미 고임금 체제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큰 시기의 노동운동은 사측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보다는 고용안정에 중점을 두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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