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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RV 라인업에 일생을 맡겨볼까


입력 2019.11.30 06:00 수정 2019.11.29 23:16        화성(경기도)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사회 초년생=트랙스, 첫 아이의 아빠=이쿼녹스

중년=트래버스, 액티브 시니어=콜로라도

사회 초년생=트랙스, 첫 아이의 아빠=이쿼녹스
중년=트래버스, 액티브 시니어=콜로라도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RV 4총사. 왼쪽부터 트랙스,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한국GM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RV 4총사. 왼쪽부터 트랙스,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한국GM

아베오, 크루즈, 말리부. 과거 세단 위주의 브랜드였던 쉐보레가 RV(레저용 차량, SUV 포함) 위주의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 트랙스에 이어 이쿼녹스, 콜로라도, 트래버스가 잇달아 추가되면서 어느덧 사회 초년생부터 노년까지 평생 타고 다닐 만한 라인업을 다 갖춰 놓았다.

최근 쉐보레의 RV라인업 4종을 타고 경기도 화성시 어섬비행장을 다녀왔다. 가격대와 차체 크기, 차량 특성 등을 삶의 주기에 대입해 보니 하나같이 제 몫을 충실하게 해 내는 차들이었다.

#사회 초년생. 돈은 없지만 뚜벅이는 싫다. 쥐꼬리 같은 예산이지만 없어 보이는 건 싫다. 작지만 옆에 앉은 여자 친구가 인상 쓰는 건 싫다.

2003년 사회 초년생. 천둥벌거숭이가 사회생활의 뜨거운 맛을 보다 보니 이것저것 싫은 것도 많은 시절이었다.

이 시절. 생계를 위해서건,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서건 모든 거리를 두 다리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차가 갖고 싶었다. 무리를 하면 살 수 있었지만 누가 봐도 ‘자가용의 최저점’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하긴 싫었다. 옆에 앉은 사람에게 최소한 지하철이나 버스보다는 나은 안락함을 제공하고 싶었다.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트랙스. ⓒ한국GM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트랙스. ⓒ한국GM

2019년 11월. 쉐보레 트랙스를 탔다. 소형 SUV지만 외양은 결코 겸손하지 않다. 소형인 주제에 웬만한 과속방지턱은 살포시 넘을 정도로 지상고가 높고, 전체 높이(전고) 역시 뻔뻔스럽게 높다. 마치 공력성능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는 듯하다. 쉐보레의 형님급 SUV들을 비율 그대로 축소시켜놓은 듯한, 어이없을 정도로 SUV스러운 자태다.

달리기 성능은 또 어떤가. 방금 앞으로 끼어든 3.0ℓ급 세단을 따라잡아 사이드미러의 작은 점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불과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물론 1.4ℓ의 불과한 저배기량에 과급기를 단 심장이 가쁜 숨소리를 내긴 했지만 적어도 도로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만한 성능을 갖췄다.

재밌는 것은 도로 요철이 나올 때마다 통통 튈 줄 알았던 이 녀석이 웬만한 충격은 흡수하고 탑승자의 엉덩이에는 리드미컬한 요동 정도만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동승자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승차감이다.

트랙스는 최상위 트림에 이것저것 옵션을 붙이면 2000만원이 넘지만 자동변속기에 필수 옵션만 장착하면 1800만원도 안되는 가격(1.4 터보 가솔린 기준)에 살 수 있는 차다.

10여년 간의 돈의 가치 변동을 생각하면, 2003년 사회 초년생이었을 시절 이런 녀석이 있었다면 고민 없이 구매했을 듯하다.

#첫 아이의 아빠. 폼은 잡고 싶지만 내 아이의 카시트와 유모차를 위한 뒷좌석과 트렁크는 있어야 한다. 고속도로에선 용감하고 싶지만 내 가족의 안전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기름 값은 아깝지만 초라하지 않을 만한 덩치는 있어야 한다.

2011년 첫 아이의 아빠. 복잡한 세상에 적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충족되면 만족이라 생각하고 살지만 항상 부족한 2%를 마음에만 담아두고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겨 진짜 폼 나는 자동차를 사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니 내 욕심은 접어두고 결국 무난한 세단을 사게 됐다. 가격도 적당하고 실내공간도 그럭저럭 괜찮고 유지비도 많이 들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전혀 폼이 나지 않는다.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이쿼녹스. ⓒ한국GM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이쿼녹스. ⓒ한국GM

2019년 11월. 쉐보레 이쿼녹스를 탔다. 성인 5인이 타기에 넉넉한 실내공간. 뒷좌석에 카시트를 설치하고 트렁크에 유모차와 각종 짐을 싣고도 여유가 넘친다.

1.6ℓ 디젤엔진은 1.7t의 덩치를 움직이기에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ℓ당 10km 중반대의 연비를 제공한다. 스타일은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같은 체급의 일본계 수입차 정도는 눌러버릴 정도로 폼 난다.

이쿼녹스는 딱히 어느 한 부분을 찝어 자랑하긴 애매하지만 역으로 말해 ‘모든 면에서 평균치 이상을 만족시키는’ 자동차다. 이 차의 차명은 낮과 밤의 시간이 동일한 춘분, 또는 추분을 뜻하는 ‘equinox’에서 따왔다. 어느 부분에서도 과하고 부족함 없이 ‘균형’을 이루는 차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이런 차명을 지었다고 한다.

2011년 첫 아이의 아빠였던 시절 이쿼녹스가 있었다면 매우 균형 있고 만족스러운 패밀리카가 됐을 듯하다.

#중년. 출퇴근 시켜주는 건 고맙지만 주말엔 취미생활에도 도움이 돼 줬으면 좋겠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 가질 수 있지만 그 투자에 내 가족들이 동의해줬으면 좋겠다.

2025년 중년. 사전적으로 ‘마흔 살 안팎의 나이’가 중년이지만 적어도 마흔 아홉까지는 중년이 아니라고 발버둥 치다 50줄을 넘기면 편하게 그 호칭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차를 명함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이 때가 되면 공간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차를 타고 다니고 싶다. TV 광고에 나오는 정우성 처럼 ‘친구의 친구’까지 태우고 다닐 생각은 없지만 가끔은 떠들썩할 만큼 많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

2019년 11월. 쉐보레 트래버스를 탔다. 대형 SUV답게 커다란 덩치와 넉넉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겉모습에선 위엄이 느껴지고 안에선 편안함이 느껴진다.

2+2+3으로 배치된 시트는 모든 탑승자들에게 만족을 줄 만하다. 2열은 독립식 캡틴 시트를 적용했고, 두 개의 시트 사이로 3열 좌석을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시트를 접었다 폈다 해가며 3열에 사람을 구겨 넣는 모양 빠지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대형 SUV의 여유다.

3열의 레그룸도 넉넉하다. 제원상의 7명까지는 아니더라도 6명은 편안하고 품위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3열까지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도 넉넉한 트렁크 공간까지 확보했다. 어림잡아 3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도 골프백 6개와 보스턴백까지 들어가고도 남을 듯하다.

덩치에 걸맞게 도로에서는 파워 있는 주행감을 선사한다. 6기통 3.6ℓ엔진의 넉넉한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 kg·m의 힘을 내는 가솔린 엔진은 경박스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육중한 덩치를 민첩하게 끌어당긴다.

2025년 중년의 나이에 5000만원 전후를 자동차 구입에 투자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나와 내 가족들은 트래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노년. 편안한 건 좋지만 내가 아직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면 필요 없다. 실용적인 건 좋지만 그게 야성을 잃었다는 반증이라면 필요 없다. 손녀를 공주처럼 모시고 싶지만 방방 뛰고 발로 차는 개구짐을 버틸 수 없는 나약함이라면 필요 없다.

2045년 노년. 수명이 늘었다지만 이 나이가 되면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갈 것 같다. 전국 곳곳 가보지 못한 곳도 다녀보고 젊을 때 못 해봤던 모험도 해보고 싶다. 평생 글로 먹고 산 사람이 농사로 돈을 벌수는 없겠지만 작은 텃밭 정도는 가꿔 자식들에게 직접 가꾼 채소를 보내주고 싶고, 가끔 손주들이 내려오면 힐링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놓고 싶다.

그러려면 아스팔트가 깔이지 않은 시골길과 거친 산길도 거침없이 달리는 튼튼한 차가 필요하다. 흙투성이가 돼도 상관없는 적재공간을 갖추고, 웬만한 찌그러짐은 ‘데코레이션’으로 여겨질 만한 외모적 터프함도 갖춰야 한다.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GM 화성시 어섬비행장에 멈춰선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GM

2019년 11월. 쉐보레 콜로라도를 탔다. 높은 지상고와 터프한 디자인, 넓은 적재함, 강력한 엔진. 야생의 거친 환경을 견뎌내기에 그야 말로 딱인 픽업트럭이다.

이 녀석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진흙탕으로 밀어 넣었지만 얄밉게도 살짝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꼿꼿하게 균형을 잡는다. 바퀴 한 쪽만 언덕에 올려놓아도 실내 공간은 평행에 가까운 자세를 유지한다. 대체 휠 축이 얼마나 뒤틀렸는지 궁금하다.

언덕을 오를 때는 강력한 토크가 믿음직스럽다. 탱크를 모는 느낌이다. 범퍼에 새겨진 발받침을 밟고 짐칸에 올라 철새가 떼지어 날아다니는 어섬비행장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도 일품이다.

차체 곳곳에 묻은 진흙 덩어리들은 콜로라도의 터프한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2045년 인생의 황혼기에 콜로라도를 타고 있다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불릴 수 있으리라.

내년 1분기에는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쉐보레 라인업에 합류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쉐보레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초대형 SUV 타호, 중형 SUV 블레이저, 대형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 탐나는 차들이 많다. 이들 중 타호는 국내 수입 판매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까지 쉐보레 라인업에 합류한다면 삶의 어느 주기에 끼워 넣어야 할지 고민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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