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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뉴딜 현주소①] 독산동 우시장에 ‘젊은 이미지’ 더하자…“길어지는 사업에 동력 잃을까 우려”


입력 2019.12.30 06:00 수정 2019.12.30 09:53        이정윤 기자

지역주민‧상인 직접 도시재생 참여…문제점‧한계 주고받아

금천예술공장, 마을 문화센터가 세계적인 예술가 배출소로 발전

긴 호흡으로 절차‧과정 거치는 새 지역주민 기대감 ‘시들’

지역주민‧상인 직접 도시재생 참여…문제점‧한계 주고받아
금천예술공장, 마을 문화센터가 세계적인 예술가 배출소로 발전
긴 호흡으로 절차‧과정 거치는 새 지역주민 기대감 ‘시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5년간 전국적으로 500개의 사업에 총 5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규모에 따라 지역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벽화그리기’나 ‘골목길 정돈’이라는 이미지에 갇혀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재생의 한계나 문제점을 벗어나겠다는 게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정책 목표다.
데일리안은 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특히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서울지역 사업지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또한 앞서 진행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살펴보고, 앞으로 계속될 뉴딜사업에서 보완하고 발전시켜야할 부분을 우선 7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독산동 우시장 모습. ⓒ이정윤 기자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독산동 우시장 모습. ⓒ이정윤 기자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찻길을 따라 쭉 걸으면 낮고 오래된 건물들과 고층의 새 오피스텔이 뒤섞여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고깃집 간판이 한 두 개씩 눈에 띈다. 독산동 우시장에 가까이 왔다는 이정표다.

200m 정도 멀리에 우시장 특유의 붉은 조명이 보이기 시작하자 생고기나 부속물에서 나는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쉽게 볼 수 없는 돼지머리가 바구니로 무심하게 던져진 채 옮겨지는 모습은 이곳에선 상인들의 삶 그 자체다.

독산동 우시장은 1960~1970년대 구로공단 배후지역으로 도축장과 우시장이 조성된 곳이다. 이 지역의 경우 2000년대 도축장이 이전하면서부터 더 이상 도축은 이뤄지지 않고, 부산물 판매를 중심으로 조성된 우시장만 남아있다.

이 일대는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상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에서 중규모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낙후된 도시를 살리는 작업이다. 사업 유형에 따라 중·대규모의 경제기반형·중심시가지형과 소규모의 일반근린형·주거정비지원형·우리동네살리기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독산동 우시장 일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시비 225억원과 국비 150억원을 합친 총 375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올해 9월 기준 국비는 27억원이 투입된 상황이다.

정부는 악취 등으로 쇠퇴한 우시장의 이미지를 청결하게 제고하고, 창업지원공간이나 예술창작공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독산동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을 주제로 열린 도시재생대학에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직접 모여 토론을 나누고 있다. ⓒ이정윤 기자 지난 22일 독산동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을 주제로 열린 도시재생대학에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직접 모여 토론을 나누고 있다. ⓒ이정윤 기자

◆지역주민‧상인 직접 도시재생 참여…문제점‧한계 주고받아

직접 방문한 독산동은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우시장의 악취와 생소한 분위기 개선,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청년 유인책 등에 관심이 높았다.

지난달 22일 독산동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이란 주제로 열린 도시재생대학은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마을의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도시재생대학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주민은 “이곳에서 오래 살았지만 솔직히 지역주민들도 근처 대형마트에 가지, 우시장에서 고기를 사지 않는다”며 “좋은 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믿고 살 수 있다면 자연히 사람들은 이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우시장 상인은 “여기 우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질 좋은 고기보다는 싼 고기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질 좋은 비싼 고기를 들여놨다가 팔리지 않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고기의 원산지나 가격 같은 게 정확히 표시돼 있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주민들과 상인들은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젊은 층의 유입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우시장 상인들은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구조로, 인근 지역 청년들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갈만한 곳이나 소비활동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도시재생대학에 참석한 금천구 청년활동공간 ‘청춘삘딩’ 대표는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긴 하지만 동네가 조금 무서운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며 “우시장의 조명이나 저녁시간에 내려져 있는 상점들의 셔터만 바뀌어도 동네가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 후나 퇴근 후에 이 동네에 와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상인들이 문을 닫았을 때 골목을 활용해 포장마차나 푸드트럭 등의 방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천구의 청년활동공간인 청춘삘딩은 청년들이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거버넌스 공간으로, 공유주방이나 악기연습실 등을 마련해 이곳에 모인 청년들 간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이곳에 모인 청년들을 어떻게 우시장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청년들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다가갈 수 있는지 등은 해결해야할 문제다.

2009년 개관 당시엔 지역 문화센터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는 지역 명소로 발전한 '금천예술공장' 전경. ⓒ이정윤 기자 2009년 개관 당시엔 지역 문화센터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는 지역 명소로 발전한 '금천예술공장' 전경. ⓒ이정윤 기자

◆금천예술공장, 마을 문화센터가 세계적인 예술가 배출소로 발

금천구 독산동은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일대에 위치한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마련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다.

직접 찾아간 금천예술공장은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인 만큼 진중한 적막감이 가득했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헤드폰을 쓴 한 작가가 한쪽 벽면 크기만한 흰 캔버스에 푸른색 물감을 칠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 지하에는 주민들이 무료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금천예술공장은 2009년 10월 개관한 시각예술분야 국제 레지던시 스튜디오로, 1970년대 전화기 코일공장에서 1990년대 인쇄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서울시가 매입해 조성한 공간이다.

이곳은 19실의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전시공간 등이 마련됐다. 19실 중 15실에 국내작가가 입주해 있으며, 2실은 해외작가, 나머지 2실은 청년사업예술단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김진호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는 “이곳에 입주하는 것이 작가들의 스펙이 되기 때문에 입주 경쟁률은 30대 1 수준으로 상당히 치열하다”며 “공간 사용료는 최소한의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3.3㎡당 5000원선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천예술공장에서 한국인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며 “오히려 외국에서 이곳을 방문할 정도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 이곳이 개관했을 당시엔 문화센터 같은 느낌이었다면, 점점 배출되는 작가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문성이 강화됐고 지역이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긴 호흡으로 절차‧과정 거치는 새 지역주민 기대감 ‘시들’

독산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의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처럼 눈에 띄게 지역이 바뀌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지역주민들이 점차 지쳐가고 있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라정임 독산동우시장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이곳 도시재생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부지확보다”며 “예를 들어 우시장의 청결도를 높이기 위해 ‘그린푸줏간’을 조성해야하는데, 마땅한 공간을 찾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은 2017년도에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됐다가 집값 상승우려로 취소된 이후, 올해 다시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정해졌다”면서 “그러다보니 주민들 입장에선 도시재생을 한다고 한 게 몇 년 전인데 아직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 처음보다는 참여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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