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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과잉처벌 우려되는 상생협력법 개정 재고해야"


입력 2019.11.19 11:00 수정 2019.11.19 11:12        이홍석 기자

대‧중소기업 자율적 협력 촉진 훼손 등 8가지 이유 제시

현실과 괴리된 규제…상생협력법 개정안 반대 국회 건의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대‧중소기업 자율적 협력 촉진 훼손 등 8가지 이유 제시
현실과 괴리된 규제…상생협력법 개정안 반대 국회 건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위한 법률이 오히려 과잉처벌로 이어지며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9일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대기업인 위탁기업에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 부과와 중소기업부 처벌권한 강화 등이다. 지난 7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한경연은 개정안에 대해 ▲상생협력법 입법취지 훼손 ▲입증책임 위탁기업 전가로 기존 법체계와 배치 ▲조사시효 부재 ▲계약자유 원칙 훼손 ▲기존 법으로도 기술유용 규제 충분히 가능한 과잉규제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로 기업부담 가중 ▲거래처 해외변경으로 국내 중소기업 오히려 피해 ▲현실과 괴리된 규제 등 8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경연은 개정안이 규제일변도에서 대‧중소기업 자율적 협력촉진이라는 상생협력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대한 중기부의 처벌권한 강화 등 규제 일변도의 내용으로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관계 촉진이라는 상생협력법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생협력법은 규제보다는 자율적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서 상생협력 촉진시책 기본방향에도 입법취지가 잘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기업에 입증책임 부담 전가하는 것은 기존 법체계와 배치되는 것으로 무고한 처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위탁기업의 기술유용을 추정하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 부담시킴으로써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 법체계상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경우는 거래 일방이 가진 정보의 양과 질이 상대방에 비해 월등히 우월할 때 정보 우위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경우로서 민법과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법령에 한해서 허용된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개정안에 도입하는 것은 일반적 법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한경연의 주장이다.

아울러 장기간 거래, 구조의 복잡성 등 기술자료의 특성상 위탁기업이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탁기업에 입증책임을 부과하면 자칫 무고한 기업이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규제기관(중기부)이 부담해야 할 기술유용 입증책임을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규제기관과 기업 간 힘의 불균형상태를 심화시켜 기업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개정안은 기술유용행위 등 상생법 위반사항에 대한 중기부의 조사시효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하도급법 등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권 수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기본적으로 조사시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 개정안은 조사시효도 규정하지 않아 극단적인 경우 수십년 전 발생한 거래처 변경 등에 대해서도 중기부가 조사 후 처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위탁대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기술유용 분쟁 등의 우려로 수탁업체를 교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사실상 전속거래 강요로 계약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자체생산이 필요하거나 값싸고 혁신적인 거래처가 나오면 계약관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야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기술혁신과 기업생존이 가능한데 개정안은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또 기술유용(침해) 등을 처벌하는 규정은 기존 하도급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등 타법에 이미 다수 도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또다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로서 기업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중기부 처벌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중복조사로 기업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에는 중기부가 처벌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래당사자(위‧수탁기업)가 중기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했으나 개정안은 이러한 분쟁조정 신청이 없어도 위탁기업에 바로 시정권고‧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불이행할 경우 1년 이내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경연은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 의거 공정위와 중기부의 중복조사가 더욱 빈번해 질 수 있다"며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처벌은 물론 상이한 처벌도 가능해져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기며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순응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유용분쟁 등의 우려로 거래처를 해외업체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 가격과 고품질의 해외 부품업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기술유용 처벌 우려가 높은 국내업체 대신 해외업체와의 거래를 선호하게 돼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경연은 “이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를 초래한 것과 동일하게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개입이 역효과를 낳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특히,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기조에도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는 최근 주로 경쟁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대기업에만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규제라는 것이 한경연의 입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수탁관계일지라도 위탁기업이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입증책임 전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경연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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