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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원 추방 의문점⑤] "헌법상 기본권 다 침해돼"


입력 2019.11.18 02:00 수정 2019.11.17 22:47        강현태 기자

북송 과정 재구성…납득하기 어려운 대목 많아

전문가들, 정부 북송 조처 강도 높게 비판

북송 과정 재구성…납득하기 어려운 대목 많아
전문가들, 정부 북송 조처 강도 높게 비판


지난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 ⓒ통일부 제공 지난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 ⓒ통일부 제공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한다."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동해상에서 나포됐다가 북송된 북한 선원 2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당 선원들은 선장을 포함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살해에 가담한 북한 어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러시아 해역 등에서 오징어잡이를 이어가던 중 선장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을 살해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동료 반발을 우려해 나머지 선원들도 차례로 살해했다고 한다.

범행 후 이들은 포획한 오징어를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책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주고 받았지만, 김책항에서 한 선원이 북한 당국에 붙잡히자 남은 두 선원은 남한으로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타고 있던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자 우리 해군은 위협사격을 가했다. 목선은 위협을 무시하고 계속 남하를 시도했고, 해군은 해당 어선을 강제로 나포했다.

두 선원은 정부 합동심문조사에서 범행을 사실상 시인하며 자필로 귀순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이들을 북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은 소독 조치를 취해 북측에 인계했다,

전문가들, 헌법·국제협약 거론하며 정부 대응 질타
"국민 주권 부정하는 상황" "기본권 보장 의무 방기"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해경에 예인되는 북한 어선(자료사진) ⓒ뉴시스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해경에 예인되는 북한 어선(자료사진) ⓒ뉴시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북송 조처에 각종 법·조약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탈북민이 대한민국 영토 안에 들어와 귀순의사를 밝히면 잠재적 대한민국 국민이 '현재화'된다"며 "(해당 선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 됐기에 헌법 10조에 따라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생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것을 방기·유기했다"고 비판했다.

제 교수는 이어 "세계인권선언에 '자신의 본국에 들어갈 권리', 즉 입국할 권리가 있다"며 "북송 선원들도 잠재적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가 있다. 이번 북송은 국민의 입국권·귀환권을 임의로 부정·부인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범죄인 인도 관련 협약이 남북 사이에 없다"며 "선원 북송에 헌법상 근거가 없다. 수사 절차를 통해서 재판하는 게 맞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구주와 변호사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헌법상 기본권이 다 침해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라며 △생명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 △국민의 알 권리 등이 침해 또는 위배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범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물이었던 목선을 소독 처리한 데 대해선 "증거인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이어 고문 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유엔고문방지협약 3조를 언급하며 "(북송 조치가) 유엔 제재대상에 속한다"고도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왜 비밀리에 (북송)하려 했는지, 왜 그렇게 성급하게 돌려보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상적으로 하려면 (나포 사실을) 공개하고 살인혐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이니 재판을 받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 국민이 살인자라고 하면 강제추방하느냐"고 되물으며 "우리 국민에 대해 불법이 있다고 하면 사법 절차를 통해 처벌하는 게 가능하다. 관련해서 도주 우려가 있으면 출국금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범법자라고 입국금지·강제추방 하는 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주권자인 국민을 정부가 '우리 소속이 아니다'고 자격을 박탈할 권한이 있지 않다"며 "이번 북송 사건은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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