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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혹은 기회' 빅테크 영토 확장에 은행들 '촉각'


입력 2019.11.16 06:00 수정 2019.11.15 23:43        부광우 기자

글로벌 IT 공룡들 금융 사업 진출 가속도

은행 새 플랫폼 통한 빅데이터 활용 숙제

글로벌 IT 공룡들 금융 사업 진출 가속도
은행 새 플랫폼 통한 빅데이터 활용 숙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 사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 사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 사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노크에 금융권에서는 위기론과 더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혼재하는 모습이다. 은행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맞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시급히 끌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직접 금융사를 소유하거나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지급서비스나 신용제공, 보험, 예금, 투자 상품 등을 공급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빅테크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IT 기업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아직 빅테크를 포함한 핀테크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신용 규모는 2017년 전체 민간신용의 0.5%에 불과한 상태다. 다만 2014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거의 10배가량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세는 가파르다는 평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2017년 신규 무담보 개인신용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영역이 확대됐다.

이 같은 빅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존이다. 유통사인 아마존은 금융사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지급서비스 ▲상품보장서비스 ▲선불충전서비스 ▲대출서비스 ▲카드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이 금융사가 아닌 만큼, 이런 서비스들을 시행하는 방식은 기존 금융사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은행은 금융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모두 담당하지만, 아마존은 다른 금융사가 만든 상품의 중개 역할만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미 아마존을 사용해 오던 고객들의 수를 감안하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마존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만 3억명이 넘고, 납품하는 생산자만 500만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마존은 처음엔 플랫폼 참여자 사이의 거래 편의를 위해 지급서비스를 시행하다가 점차 이용 가능한 금융 서비스 유형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은 이와 같은 아마존의 행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이 선보인 새로운 방식의 대출 때문이다. 아마존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대출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과 자금 수요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에 있다. 스스로 예금을 유치하고 대출 상품을 설계해 직접 판매하는 은행과 달리, 아마존은 파트너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최종 고객에게 다시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 중개가 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은행의 기존 자금 중개 기능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반면, 빅테크의 플랫폼 방식은 신용제공에서 장점이 크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만약 두 기능이 적절하게 결합되면 긍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거꾸로 이 두 방식의 금융 중개가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방식 금융 중개가 선별과 모니터링 기능에서 갖는 강점이 워낙 큰 만큼, 예금 수취 등 은행업과 관련된 제약만 없다면 기존 은행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은행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 데이터를 빅데이터화 하거나 플랫폼과의 제휴 혹은 자신만의 금융 플랫폼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은행이 매일 제공하는 자금 이체와 지급결제서비스 등 방대한 데이터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고 고객 관계를 파악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는 정보 비대칭성 완화를 통해 금융 중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지배력과 경쟁 제한으로 인해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빅테크는 비금융 활동을 영위하는 자로서 효율적인 금융 배분의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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