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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금융' 농협은행 주담대 3%대 금리 '마이웨이'


입력 2019.11.18 06:00 수정 2019.11.18 13:48        부광우 기자

2%대 이자율 비중 54.9% 그쳐…다른 은행들은 90% 넘어

최근 1년 새 주담대 10조↑…소비자 고금리 부담도 확산

2%대 이자율 비중 54.9% 그쳐…다른 은행들은 90% 넘어
최근 1년 새 주담대 10조↑…소비자 고금리 부담도 확산


국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적용 금리 3% 미만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적용 금리 3% 미만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 중 절반 가까이에 여전히 연 3%가 넘는 이자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을 찾은 이들 대부분이 2%대 금리로 돈을 빌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이런 와중 규제 강화를 앞두고 비교적 대출 여력이 큰 농협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비싼 이자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 소비자들이 많아진 가운데 서민을 위한 금융사라는 농협은행의 이미지는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9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에서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가계 주택담보대출을 신규 실행 받은 고객들 가운데 연 3%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은 비중은 평균 88.3%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시중은행을 찾은 대다수 고객들은 2%대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조사 대상 기간 각 은행별 금리 3% 미만 주택담보대출 실행 비율을 보면 ▲우리은행 99.2% ▲신한은행 98.2% ▲하나은행 95.5% ▲국민은행 93.6% 등으로 모두 90%가 넘었다.

반면 농협은행에서 이 같은 이자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은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에 그쳤다. 실제로 농협은행이 실행한 주택담보대출에서 연 2%대 금리가 자치하는 비중은 54.9%로 은행 전체 평균보다 33.4%포인트나 낮았다. 대신 42.5%에 달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높은 3~3.5%의 이자율이 매겨졌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해당 금리 구간에 해당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0.7~6.0%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전반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농협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94%로 5대 은행들 가운데 최고였다. 다른 곳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한은행 2.56% ▲우리은행 2.60% ▲하나은행 2.68% ▲국민은행 2.69% 등으로 농협은행에 비해 0.3~0.4%포인트 가량 저렴했다.

여기에 더해 농협은행이 요즘 들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유난히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은 이런 금리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 만큼 고금리에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이 다른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농협은행은 최근 1년 동안 5대 은행들 중 유일하게 주택담보대출을 10조원 넘게 늘리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10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4조6441억원으로 전년 동기(64조6330억원) 대비 15.5%(10조111억원)나 늘었다.

다른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역시 확대 흐름을 보였지만 증가 폭은 농협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103조4275억원에서 106조1463억원으로, 우리은행은 85조8410억원에서 95조3092억원으로 각각 2.6%(2조7188억원)와 11.0%(9조4682억원)씩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또 하나은행은 74조4482억원에서 9.7%(7조2120억원) 증가한 81조6602억원, 신한은행은 68조5700억원에서 10.1%(6조9590억원) 늘어난 75조529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남달리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예대율에 여유가 있어서다. 예대율은 은행의 확보 예금 대비 대출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그런데 다른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이 90% 후반대인 반면 농협은행은 아직 80% 중반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을 조절하기 위한 예대율 규제 강화가 임박하면서 다른 은행들의 보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내년부터 이 같은 예대율을 산정할 때 매기는 가중치를 가계 대출은 15% 상향하고, 기업 대출은 15% 하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계 대출에 따른 은행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농협은행으로서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추락하면서 제로금리 시대까지 거론되는 현실 탓에 금리 인하 압박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서민 금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농협은행이 오히려 비싼 이자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짐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당행은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물량 조절을 위해 지난 7월 말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일시 중단했다"며 "그 전까지 농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요 은행들 중 2~4위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더 단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며 이제는 대형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만큼, 대출 금리처럼 소비자 이익과 민감하게 연결된 부분들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져갈 것"이라며 "과거 기업 여신에서 불거진 부실이 남아 있어 대출 금리를 대폭 내리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기준금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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