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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임기 반환점, 뒤바꾼 경제정책④] 일자리정부의 허울, 늘어난 단기일자리


입력 2019.11.14 09:48 수정 2019.11.14 10:03        이소희 기자

‘재정 일자리 증가’로 인한 고용착시, 각계 비판·분석에도 ‘고용정책 전환’은 NO

‘재정 일자리 증가’로 인한 고용착시, 각계 비판·분석에도 ‘고용정책 전환’은 NO

‘일자리 찾아 해외로’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찾아 해외로’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2년 반이 지나면서 정부 정책평가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조차도 “체감 성과가 낮아 일자리 부분은 아프다”고 말했고, 고민정 대변인도 가장 아쉬운 점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하지만 격차가 더 벌어진 소득 양극화와 단기 일자리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라는 심각한 고용지표에도 정부는 인구변화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일자리 확대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왔다.

지난해 고용참사로까지 여겨지던 고용상황이 최근 3개월 연속 개선된 통계를 내놨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7.1%로 19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88만4000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현저히 개선된 듯 보인다.

이 같은 통계를 두고 전문가들, 학계, 언론 등의 분석은 정부의 시각과 사뭇 다르다.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고용시장의 허리격인 40대와 50대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대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 노인 일자리는 급증했다.

제조업은 지난해 4월부터 1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40대와 30대의 취업자도 줄었다. 특히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로 16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줄고 있다.

지속되는 고용악화에 대응책으로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 일자리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는 올해 통계 방식 변경으로 예전 정규직으로 분류되던 근로자 최대 35만~50만명이 비정규직으로 편입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감안해도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산업별로는 단순 서비스직군인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증가 폭이 인위적인 증가 수준이다.

이외에도 기초연금급여, 생계급여, 아동수당, 구직급여, 청년내일채용공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 사업에도 60조원이 넘어서는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결국 ‘성장없는 고용’이라는 비효율적인 일자리 구조로 양적 확대만 치중한 결과다.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지만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해 낸 셈이다.

정부의 “고용시장의 뚜렷한 회복세가 반영된 것”이라는 상황인식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경제참사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최근의 고용지표는 고령층의 취업자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어 고령층 취업자 증가는 인구구조 보다는 노인일자리 등 세금일자리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고용악화와 저소득층 소득여건 악화, 소득격차 확대의 원인을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돌리면서 국민들을 속이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추 의원은 “지난 경제 실정에 대해 진단을 제대로 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경제정책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더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층 임시 재정 일자리 확대는 고용동향에 대한 착시만 부를 뿐 고용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지속성 여부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문 정부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의 일괄 적용은 고용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성장의 엔진 격인 제조업의 불황과 경기침체를 부르면서 고용 창출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 규모나 업종,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적용으로 산업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또 정부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4차 산업혁명에 기인한 신산업은 준비부족으로 혼란만 키웠고, ‘타다’의 불법사태에서도 입법이나 규제완화 등의 조정에 대한 책임공방 탓에 혁신산업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서면서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때문에 정부의 고용에 대한 정책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단기처방만 있을 뿐 근본적인 질 좋은 일자리 확대로 인한 성장이라는 선순환은 요원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이 진행돼 기업 부담이 늘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민간 영역의 일자리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분배 중심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기업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단기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꾸준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 25조7697억원이다. 2017년 전년 대비 8.1% 늘었던 것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0%대로 증가했고, 내년에는 21.3%나 급증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증가율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일색에도 정부는 경제정책을 비롯한 일자리 정책에도 변화 없이 그간의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단기성과에 급급한 땜질식 처방이 당장의 고용개선 효과로 나타날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경제주체의 의지를 꺾고 시장의 활력을 방해할 것이라는 각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졸속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 전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조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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