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높였지만'…장애인은 여전히 어려운 은행 거래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22일 19:19:46
    '편의성 높였지만'…장애인은 여전히 어려운 은행 거래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 기념
    장애인 금융 애로사항 점검했더니
    비대면거래 허용해도 '아직은 불편'
    기사본문
    등록 : 2019-11-10 06:00
    박유진 기자(rorisang@dailian.co.kr)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 기념
    장애인 금융 애로사항 점검했더니
    비대면거래 허용해도 '아직은 불편'


    ▲ 인터넷뱅킹 이체 거래 도중 나온 알림창의 모습ⓒ데일리안


    시각장애인 A(20세)씨는 인터넷뱅킹으로 금융 거래를 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A씨. 송금을 위해 이체 페이지에 무사히 접속했지만 각각의 기능을 음성 안내로 듣고 정보를 입력하다 보면 항상 시간 제약에 로그아웃 처리되고 재로그인 해야 할 때가 많다.

    은행권이 장애인을 위해 업무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편의성 확대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대면채널 이용 시 인터넷뱅킹 사용자경험·환경(UX·UI) 부문에서는 배려가 미약한 상황이다.

    10일 기자가 직접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형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체험해 본 결과 A씨의 사례처럼 시각장애인이 금융 업무를 볼 때는 각종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대표적으로는 인터넷뱅킹에서 팝업 안내창이 나올 시 화면낭독 프로그램은 관련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다. 또 창을 닫을 때 엑스(X) 표시를 읽어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프로그램이 텍스트만 인식하고 그림은 읽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닫기 텍스트가 표시된 아이콘은 지나치게 작아 인식이 어려웠다.

    은행 자체 문제로는 업무 연결 링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특정 서비스로 연동되는 링크를 마우스로 가져다댈 시 업무와 무관한 텍스트가 나와 해당 메뉴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비대면채널뿐만 아니라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경우 은행 영업점마다 창구 높이가 달라 휠체어 이용이 불편하고, 상지마비를 앓고 있는 이들은 상품 가입 때마다 진행하는 자필 서명에 어려움을 호소 중"이라며 "장애인 배려 차원에서 정부가 각종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한번에 문제를 해소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서비스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라 장애인 고객의 편의성만을 추구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이전까지 장애인의 금융거래는 지금보다 더 불편했고, 인터넷뱅킹 이용이 되는 것만으로도 서비스가 확대된 상황이다.

    ▲ ⓒ우리은행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소외계층의 금융 차별을 없애고자 각종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 종합방안'에 따라 장애인 금융거래 이용성을 높이고자 올해부터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은행 ATM 기기에 점자와 화면 확대 표시, 이어폰 잭·휠체어용 공간 등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6월부터 언어 장애가 있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상 전화기를 활용한 수어 상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국가 공인 수어 통역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상담사가 장애인 고객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각종 금융거래와 상품에 대한 상담을 수어로 진행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장애인 친화 영업점을 열어 운영 중이다. 모바일 플랫폼인 쏠(SoL)에도 장애인 맞춤 메뉴를 등록해놓고 친화 영업점의 주소, 최적 방문 시간, 대기 고객 현황, 번호표 발급부터 장애인 전담 창구 예약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해놨다. 장애인 친화 영업점에서는 수화상담을 갖춘 전문 상담사가 배치돼 있으며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도 갖춰졌다. 이는 서울과 경기 지역 13개 영업점에서 운영 중이다.

    고객센터 업무도 개선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은 고객센터 상담 시 '보이는 ARS'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 전화 연결 시 화면으로 메뉴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성년후견인들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성년후견인이란 장애나 질병, 노령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을 도와 재산관리 등을 맡는 이를 뜻한다.

    현재까지 이들은 금융 업무를 볼 때 위임장을 들고 은행 영업점을 찾는 불편함이 있다. 은행권과 금융감독원, 서울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이 ATM 기기 등에서 금융 거래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년후견인이 현금 카드로 ATM 기기에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 중"이라며 "제도가 무사히 정착되면 추후 모바일뱅킹 등까지 편의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유진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